한국문단이 노벨문학상 수상의 염원을 현실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발걸음을 내딛는다. 때마침 제3세계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나딘고디머에 이어 존 멕스웰 쿠체 등 2명의 노벨문학상 작가를 배출, 이 행보를 더욱자극하는 상황이 조성됐다. 한국정부와 출판계, 문단은 우리나라가 오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주빈국(주제국)으로 선정된 것에 크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이다. 주빈국에게는 900평 정도 전용전시공간이 배정돼 도서는 물론 영화.연주.공연 등 문화전반과 정치영역 등 국가 자체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대표작가 50여명이 프랑크푸르트 현지로 가 자신의 존재와작품을 소개, 전세계 출판도서 시장에 공식적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다. 대산문화재 단 곽효환 팀장은 "주빈국 선정 후 얼굴을 알린 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경우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한국 대표명저 100선' 번역.출판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주빈국행사에 대비하기로 한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 한국도서의 입지확대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다. 오는 8일부터 열리는 올 도서전 행사의 주빈국인 러시아가 100여명의 작가를 보내기로 한 것도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거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 이번 러시아 주빈국 행사를 면밀히 검토, 내년 '도상훈련'을 실시하고, 내후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는 방침이다. 한국문학번역원도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18개 언어권으로 번역된 한국 문학작품 195권을 출품, 전시하기로 했다. 또 국립도서관, 주베를린 한국문화홍보원과 공동으로 '타자속의 나:독일 속의한국문학, 한국 속의 독일문학'을 주제로 한국문화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도서전시장 한국관 인근 공간에서 갖는다. 번역원은 개최당일 오후 이미 출판된 한국 문학작품의 전시와 소개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 문학번역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현지 전문가들이 참석한가운데 개최한다. 소설가 오정희씨가 소설 「새」로 독일의 주요 문학상인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한것도 최근 꾸준히 진행돼온 한국문학 번역작업의 가시적 성과이다. 오씨는 오는 7일프랑크푸르트 문학의 집에서 작품낭독회를 갖고 불어판 「불망비」의 출판협의를 위해 파리로 떠나는 등 보폭을 국외로 확장한다. 대산문화재단이 작년에 이어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소설가 황석영씨와 시인 황지우씨가 참가하는 미국 3개 대학(컬럼비아, 미시간, 아이오와) 순회 작품낭독회를갖는 것은 한국문학의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평가돼온 미국시장 개척을 위한 중장기적 발걸음이다. 황석영씨는 "그래도 유럽에서는 한국문학이 조금 알려져있고 내 작품도 그쪽 문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미국시장은 거의 개척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재단측은 "미국 중동부의 명문으로 창작프로그램이 활성화된 이들 대학과의 지속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한국문학을 미국 등 영어권에 본격 소개하기 위한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직적 움직임과 별개로 한국문학의 층을 두텁게하고 작품 자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대작들이 대개 리얼리즘 편향이며 작가층이 얇은 점 등은 극복해야 할 걸림돌로 꼽힌다. 올해 노벨상 작가인 존 맥스웰 구체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온 문학평론가 왕은철 교수(전북대 영문과)는 쿠체의 작품에 대해 "그의 소설은 '사유의 한 방편'"이라며 "그는 뛰어난 학자로 포스트모던 이론을 비롯한 현대의 지식이론에 매우 박식,뉴욕타임스에 칼럼과 북리뷰 등을 정기적으로 쓰고 이를 책으로 묶어낼 정도로 각광받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제3세계 작가 특유의 민족주의적.반체제적 편향의 특성이 적으면서 매우해체적이고 문학.철학적인 글쓰기로 유럽 지식사회에 매우 매혹적인 인물로 비쳐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김지하 시인 등 일부 작가들의 작품세계가 굉장히깊고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작가층이 매우 엷거나 작품의 구조적 틀이 유럽 등의 대작들에 비해 다소 느슨한 측면이 없지않다"며"마치 할리우드 영화가 내용 보다도 형식에서 압도하는 것처럼 한국의 문학작품이더욱 완결된 형식미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