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는 중국의 오지 중 오지다. 2시간 거리에 국내선 공항인 구황공항이 개장된 지난달 말 이전까지만 해도 청두에서 버스로 12시간을 달려야 했다. 그마저도 구불구불 비탈져 곳곳에 대형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좁은 흙길이었다. 그러나 중국인은 물론 해외의 화교까지, 중국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 멀고 험한 고생길을 기꺼이 따라 나섰었다. 구채구는 중국인들이 평생에 한번은 가봐야 할 비경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구채구의 물을 보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는 말로 구채구의 아름다움을 대신 표현할 정도라고 한다. 한국인에겐 아직 많이 낯선 곳이다.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에서 이연걸과 양조위의 호수 위 검투장면 배경으로 소개돼 관심을 모으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관광목적지로 눈에 띄는 편이 아니다. 길이 너무 멀고 험해 여행상품 구성이 어려웠기 때문. 구채구는 그러나 구황공항 개장에 따라 구이린과 장자제를 잇는 중국의 대표관광지로 떠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구채구는 당나라 때 부터 9개의 장족(티베트족)마을이 자리한 곳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사람의 발길을 쉬 허락하지 않는 오지였던 만큼 때묻지 않는 자연을 뽐내고 있다. 지난 1992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세계생물권보호구로서 관리되고 있다. 한라산 정상 보다 높은 평균 2천m의 고지대에 자리한 구채구의 주인은 계곡의 '물'이다. '구채구의 물을 보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는 말에서 엿볼수 있듯이 구채구 계곡의 호수 빛깔은 가히 예술 수준이다. Y자 모양의 계곡을 따라 17개의 폭포와 1백14개의 호수가 저마다의 물빛을 자랑하고 있다. 구채구 내에서 운행되는 천연가스 버스를 타고 가다 제일 먼저 왼편으로 노위호수를 만난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든 갈대 대롱 위의 하얀꽃이 서정미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노위호수 앞에 불의 꽃이란 뜻의 화화호수가 있다. 호수에 비친 노을빛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다는 곳.눈을 돌려 앞을 보면 호수의 밑바닥이 누워 있는 용을 닮았다는 와룡호수가 기다린다. 불경이 적혀 있는 오색의 깃발과 9개의 탑에서 장족의 신앙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수정폭포에 닿기까지 크고 작은 19개 호수가 눈길을 붙든다. 굵은 나무들이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주왕산의 주산지를 떠올리게 한다. 구채구에서 두번째로 큰 서우호수를 지나면 3백m 높이에서 떨어지는 낙일랑폭포의 웅장한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황색 쟁반에 하얀 진주가 구르는 듯 물방울이 쏟아지는 진주탄폭포의 경관도 빼어나다. 오화호수는 공작이 꼬리 날개를 편 것 같은 물색이 신비롭다. 호수 중심에서부터 남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으로 물빛이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을 주변의 단풍과 어룰려 선계를 이룬다. 거울처럼 주변을 비추는 경해는 젊은 연인들의 사진 포인트.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는단다. 팬더곰이 나왔다는 팬더호수, 팬더의 먹이인 죽순이 자라는 죽순호수도 사랑스럽다. 계곡 왼쪽 가지 제일 끝부분, 해발 3천10m의 고지에 위치한 장해는 백두산 천지 만큼 웅장하다. 그 아래로 2백여개의 계단을 내려서면 프리즘으로 빛을 분산시킨 것처럼 오색 영롱한 오채지가 반긴다. 구채구 관광에서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장족의 민속쇼. 계곡이 둘로 갈라지는 곳의 장족마을에서 민속쇼를 즐길수 있는데 그 느낌이 아주 새롭다. 내친 김에 황룡도 구경한다. 황룡은 구채구와 더불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구채구에서 남쪽으로 1백50km쯤 떨어져 있다. 역시 해발 3천m가 넘는 고지대다. 터키의 파묵칼레처럼 석회석 계단 형상의 못이 연이어 있는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 < 여행수첩 > 구채구는 중국 스촨성의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북쪽으로 4백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예전에는 청두에서 버스로 12시간이나 달려야 구채구에 닿았다. 서울~부산 거리지만 옛 대관령고개 저리가라 할 정도로 험한 길이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했다. 지난달 28일 구채구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국내선 공항인 구황공항이 개장, 구채구 여행길이 한결 편해졌다. 인천~청두(3시간50분)~구황공항(1시간)에 내려 버스를 타고 2시간이면 구채구로 들어갈수 있게 된 것. 구황공항~구채구 길가의 풍경 또한 멋지다고 한다. 중칭, 시안, 베이징 등에서도 청두행 국내선이 다닌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화폐단위는 위안. 요즘 환율은 1위안에 1백45원 안팎이다. 구채구는 7,8월에도 눈을 볼 수 있을 정도의 고지대여서 일교차가 심한 편이다. 한번도 입지 않고 들고 오게 되더라도 옷가지를 많이 챙겨 나서야 한다. 맑은 날에도 갑자기 흐려져 비가 떨어지기도 한다. 우산이나 비옷 준비는 필수. 구채구 안에서는 천연가스로 움직이는 순환버스만 이용할수 있다. 버스이용료는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다. 자유여행사(02-3455-0006)는 '중칭, 황과수, 청두, 구채구 7일'(1인당 1백9만원), '구채구, 황룡, 중칭 4일'(79만9천원) 상품을 판매중이다. 팬더세계여행(02-7777-230)은 '청두, 구채구, 황룡 5일'(59만9천원), '구채구, 황룡, 중칭, 대족 5일'(79만9천원), 참좋은여행(02-569-1881)은 '중칭, 구채구, 황룡,금도협 5일'(89만9천원), 트래블러(1588-2188)는 '상하이, 항주, 구채구, 황룡 6일'(89만9천원), KRT(02-771-3838)는 '중칭, 구채구, 황룡, 청두 5일'(79만9천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02)773-0393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