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대극장 무대에서 선보였던 안톤 체홉의 4대 장막극이자 마지막 작품인 「벚꽃 동산」이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극단 백수광부는 10일부터 11월5일까지 대학로 극장에서 체홉의 「벚나무 동산」을 원작 그대로 공연한다. 연극 「키스」「파티」의 작가 윤영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번역부터 새로하고 연출도 맡았다. 원작의 의미에 충실하게 제목도 널리 알려진 일본어 번역체 「벚꽃 동산」대신 「벚나무 동산」으로 바꿔 달았다. 벚꽃이 활짝 핀 5월의 새벽, 오년동안 집을 떠나 파리에서 생활하던 라넵스카야부인이 고향 러시아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한 연극은 부인과 오빠 가예프 남매의몰락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연극은 한때 드넓은 벚나무 동산을 소유했지만 이제는 몰락한 귀족 남매와 농노출신 사업가 로파힌 사이에서 동산의 소유권이 옮겨가는 과정을 다뤘지만, 제정말기러시아의 상황이 작품의 이면에 녹아들어 골깊은 계급갈등이나 극적인 고저는 등장하지 않는다. 윤 교수는 "체홉 작품의 특징은 19세기 일반적인 서구 극작가들과 달리 드라마가 없는 듯 보일 정도로 텍스트의 흐름이 여린 것"이라며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는텍스트의 이면에 숨겨진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누가 주인공이랄 것도 없이 여러 인물의 삶을 담담하게 다루고 있는 희곡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연극이 탄생할 수 있다는 설명. 이번에는 소극장 무대의 장점을 살려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정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최대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감성적 교감을 극대화 한다는 복안이다. 무대도 벚나무가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되는 무대 대신 소극장의 공간 제약을 역으로 이용해 벚나무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미니멀한 세트를 사용할 예정. 1.3.4막의 실내 장면은 간단한 의자 몇개로 표현하고 2막의 야외 장면은 객석 양옆에 투명천을 드리워 무덤과 벤치의 느낌을 낼 계획이다. 윤 교수는 "사실 체홉을 연출하는 것은 무시무시한 도전"이라며 "19세기 러시아이야기를 넘어서 오늘날 한국 관객과 정서적으로 감응할 수 있도록, 그리움과 추억의 공간을 상실한 라넵스카야 부인 남매와 한국인 사이의 공통점에 주목해 작품을연출했다"고 밝혔다. 무대감독 손호성, 의상 장혜숙 성명대 교수. 김혜민 김동완 이지하 정만식 윤덕용 임진순 박해진 이민애 등 출연. 공연시간 화-목요일 오후 7시30분. 금.토요일 오후 3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 1만5천원. ☎813-1674.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