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플레이어,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 등 세계 정상급 프로골퍼를 탄생시킨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에 가보면 그 나라가 어떻게 골프강국이 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남아공의 골프장은 울창한 숲 가운데로 냇물이 졸졸 흐르고 호수 위에는 백조가 노니는 자연미를 자랑한다. 그러나 코스 한가운데서 머리를 들어 저만치 쳐다보면 빌딩 숲의 스카이 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프장이 시내 한가운데 있다는 얘기다. 남아공의 골프장은 이렇게 도심에 점점이 박혀 있다. 서울로 말하면 남산쯤에 하나, 종로에 하나, 동대문에 하나씩 골프장이 있는 셈이다. 남아공 골프는 선시티를 빼 놓고는 말할 수 없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두 시간.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신도시 선시티가 신기루처럼 솟아 있다. 선시티에는 4개의 대형호텔, 카지노, 워터월드, 놀이공원 등 각종 오락시설이 한 데 모여 있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디즈니랜드를 합쳐 놓은 듯하다. 이곳에 위치한 게리플레이어CC는 남아공 골프코스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은 코스로 평가 받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골퍼 게리플레이어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의 조국 남아공에 바친 걸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 골프장 랭킹 1위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이곳에 들어서면 골퍼들은 우선 잘 정비된 잔디관리에 놀란다. 경계가 명확히 구분된 페어웨이 라인과 러프, 유리판에서와 같은 빠르기에 볼 자국 하나 없이 매끈한 그린은 깊은 인상을 준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생각을 거듭하게 만드는 홀 배치와 공략 루트에 다시 한번 감동을 느낀다. 게리플레이어CC는 한마디로 매우 길고 어렵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한다면 자기 핸디캡만큼 볼을 잃어버릴 각오를 해야 할 정도. 워터해저드에서 볼을 건져낸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악어들의 놀이터로 들어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케이프타운 중심부에 있는 로열케이프GC는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클럽이다. 1백18년 전인 1885년 개장했다. 내셔널타이틀 챔피언십인 남아공오픈대회를 10차례나 개최한 전통적 명문코스다. 울창한 수림과 코스에 인접한 주변의 조망이 압권이다. 이밖에 1996년 월드컵골프대회가 열렸던 어린베일GC도 명문코스로 꼽힌다. 남아공엔 수천 마리의 물개들이 서식하고 있는 물개섬, 펭귄 서식지, 와인 농장,산 주위를 3백60도 회전하는 케이블카가 이채로운 테이블 마운틴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 < 여행수첩 > ES투어(02-775-8383)는 골프와 관광을 연계한 9일 일정의 남아공 골프상품을 판매한다. 1인당 3백99만원. 특급호텔 숙박, 명문골프장 라운드(72홀), 바닷가재요리 등이 포함돼 있다. 타이거우즈와 최경주 등이 출전하는 프레지던트컵 대회(11월20~23일)를 참관할 수 있는 7일 일정의 상품도 판매중이다. 대회 3ㆍ4라운드 관전, 36홀 라운드, 주변관광 등이 포함돼 있다. 요하네스버그 시내에는 극장, 갤러리, 펍 등이 모여 있는 마켓시어터라는 거리가 있다. 이곳에 나가보면 심심찮은 볼거리와 값싼 먹거리들을 즐길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까지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