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을 맛본 경험을 얘기해보라면 전복죽 아니면 일식집에서 딸려나오는 양식 및 수입산 냉동 전복 몇 점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전복은 비싼 해산물이어서 제대로 맛보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산학연종합센터 1층의 '섭지코지'라는 곳에 가면 '자연산'전복을 맛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상경한 지 세달밖에 안된 이종협씨(37)가 식당을 차렸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이 집 전복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전복은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다. 모두 무게가 1kg을 넘는 것들이다. 햇수로 치면 25∼30년 정도.양식으로서는 수지가 안맞아 그렇게 오래 키울 수가 없다. 주방장이 꿈틀꿈틀 살아움직이는 전복을 구경시켜 준 뒤 손님들 보는 앞에서 회를 떠준다. 한 점을 먹으면 '아! 이게 전복 맛이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비릿한 맛도 없어 평소 전복을 싫어했던 사람들도 먹기에 무리가 없다. 회를 뜨면 '게우'라는 내장이 있는데 보기에는 이상하지만 전복의 맛을 아는 사람은 이것을 더 좋아한다. 아울러 전복에서 나온 '체액'을 잔에 따라주는데 고소하고 짭짤하다. 전복회는 미끄러워서 표면이 거친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집어야 한다. 전복의 가격은 1kg에 38만원이다. 4명이 먹으면 약간 부족한 듯하다. 여기에 제주산 고등어와 갈치로 만든 조림과 구이를 곁들이면 된다. 갈치는 대(大)자가 4만원,중(中)자가 3만원이고 고등어는 각각 1만원이 싸다. 한라산 소주도 준비돼 있다. 식당은 찾기가 좀 어렵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에서 성북동 쪽으로 올라가다 전화로 물어보는 게 낫다. (02)3673-5600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