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명예와 신뢰를 존중하는 신사 스포츠로 통하지만 모든 골퍼가 다 신사적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그랬다. 79타를 기록했다고 자랑한 클린턴은 멀리건(친선라운드 첫홀에서 실수했을 때 벌타 없이 다시 한 번 치게 하는 관행)을 남발해 '빌리건'으로 불렸다.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돈 반 나타 주니어가 쓴 '백악관에서 그린까지'(정승구 옮김,아카넷,1만8천원)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골프를 친 14명의 골프 매너와 비화를 통해 그들의 통치 스타일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케네디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골퍼로 간주되지만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기려 했다. 당시로선 골프가 '부자들의 취미'였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는 백악관에 연습용 그린을 만들고 집무실에서 골프화를 신고 다닐 정도로 골프에 열중했고 리처드 닉슨은 골프 타수를 속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역대 대선에서 앨 고어,마이클 듀카키스,월터 먼데일 등 골프를 치지 않는 후보가 대부분 낙선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에게 "골프는 공개적으로 치되 너무 잘치지는 말라"고 한다. 국민들이 그가 통치에 전념하기보다 골프에만 매달린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