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붙잡기」(한스 루트비히 프리제 지음.박미애 옮김)는 독일의 중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재로 쓰이는 책으로 철학의 기본 개념들을 풀어썼다.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인 저자는 철학이 '환상적이고 유희적'이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 조목조목 대답한다. "이 길이 정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색깔이라고, 내가 그걸 보지 않더라도 원래 그런 색깔이라고 어떻게 내가 확신할 수 있어요?" 10살 한 소년의 이 질문은 인지와 인식에 관한 의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세상이 지금 우리에게 보이는 모습 그대로 우리에게 보인다는 사실은 결코 자명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하면서 철학자들의 주장을 살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후각만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세상을 가정하면서 '우리는 감각기관들이 사물에 관해 제공하는 정보만큼만 그 사물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리히텐베르크는 관찰자가 없는 세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에 서서 "벼락을 맞아도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천둥과 벼락은 여전히 칠까?"라고 반문한다. "아빠,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것이 꿈이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어요?"라고 묻는 6살 소년의 호기심은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또는 '현실은 얼마나 사실적인가?'라는 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오로지 절대진리를 탐구하는데 몰두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모두 의심했지만, 의심을 하는 자신의존재만은 의심할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근본원리에 도달했다. "우리 기억이 계속해서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 9살 소냐의 물음에 대해 책은 기억이 없는 세계와 기억없는 지각을 가정해 본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기억에 토대를 둔 확신이 있다면 과거의 사건도 있었다'는 명제에 반박하면서 "과거가 없다 해도 기억에 근거하는 확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우연성과 필연성, 물리학적 세계와 기하학적 세계, 국가와 사회, 죽음과 무상 등 선뜻 대답하기 곤란한 철학적 문제들도 논의의 대상으로 다뤘다. 문학동네刊. 311쪽. 9천원.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