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인은 취재와 기사화를 조건으로 한뇌물(촌지)에 얼마나 취약할까? 미국과 영국의 국제홍보전문가협회가 지난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66개국 언론인을 대상으로 촌지의 유혹을 거부하는 정도를 계량화한 결과, 한국 언론인은 공동 16위에 올랐다. 두 단체의 위촉을 받아 이번 보고서를 마련한 미국 아이오와대학의 딘 크루커버그 교수와 퍼듀 대학의 캐터리나 체수라 박사과정 연구원은 촌지에 대한 감응도를 지수화하여 국가별 순위를 매겼다. 이들이 만든 순위는 상위권일수록 촌지를 거부하는 성향이 강하고 순위가 낮을 수록 타협적 성향임을 뜻한다. 이번 조사는 언론인의 부패 성향을 국제적 차원에서 연구한 것으로는 첫 시도로 앞으로 2년마다 계속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은 66개국 가운데 라트비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등과 공동 16위를 형성했다. 그렇지만 단순한 순위로 따지면 31위권에 속해 촌지 유혹을 거부하는 강도가 중위권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1위는 핀란드였고 이어 덴마크와 뉴질랜드, 스위스가 공동 2위, 독일과 아이슬란드, 영국이 공동 3위에 올랐으며 `언론 왕국'인 미국은 6위에 그쳤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이 공동 12위(전체순위 26위)로 가장 높았다. 한편 홍콩은 공동 17위(전체 37위), 싱가포르가 공동 37위(전체 39위), 대만이 공동 19위(전체 43위)였다. 중국 언론인은 66위로 최하위였으며 베트남과 태국, 인도, 남아공 언론인들도 촌지에 무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가에 꼽혔다. 이번 조사는 ▲시민 의식 ▲반부패법 ▲정부의 책임성 ▲성인의 문자해독률 ▲언론인 교육 ▲언론의 직업 윤리 ▲언론자유 ▲언론계의 경쟁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으나 언론인 급여 수준은 자료 입수가 어려운 관계로 제외됐다. 연구팀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국제홍보협회에 소속된 각국 홍보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뒤 이를 8개 기준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보고서는 러시아 속어로 '자카주카'로 표현되는 언론인의 뇌물수수 관행이 `세계적인 현상'이며 그 증거가 가끔씩 단편적으로 불거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번 지수는 뇌물 수수의 가능성을 계량화한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 학자는 촌지는 돈을 내고 지면을 사는 광고료나 '정보 보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언론과 언론인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인식하고 직업 윤리를 강화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일부 국가의 언론인 급여가 매우 낮고 전통적으로 자유 언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미성숙하다는 변명도 있지만 언론인은 기본적으로 해당 사회는 물론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