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설'로 불리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는다. 상임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구 레닌그라드 필하모닉)는 오는 30일과 10월1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초청공연을 갖는다. 예술의전당이 2003∼2004 시즌의 오프닝 공연으로 준비한 이번 공연에는 한국이 낳은 피아노 신동 임동혁과 러시아 바이올린의 명인 드미트리 시코베츠키가 협연한다. 연주곡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과 '바이올린 협주곡'(30일),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과 '피아노 협주곡 2번'(10월1일)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은 지금으로부터 1백21년 전인 1882년 궁정 오케스트라를 모체로 창단됐다. 1917년 국립 오케스트라로 변모한 뒤 1921년 공식 출범했다. 91년 도시명이 바뀌면서 레닌그라드 필에서 오늘날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차이코프스키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19세기 후반부터 음악 강국으로 부상한 러시아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레닌그라드 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지휘했다. 차이코프스키는 세상을 뜨기 6일 전 이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해 교향곡 6번 '비창'을 초연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3,10,14번 등도 레닌그라드 필이 처음으로 연주했다. 토스카니니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므라빈스키는 특히 38년부터 88년 타계하던 때까지 무려 50년간 이 오케스트라를 지휘,세계 정상의 악단으로 키워냈다. 테미르카노프는 게르기에프와 함께 러시아 음악의 자존심으로 평가받는 거장이다. 현재 15년째 페테르부르크 필의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를 겸임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미국 볼티모어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시코베츠키는 76년 크라이슬러 콩쿠르 우승자로 화려한 기교가 일품이다. 바이올린 외에도 실내악 연주,지휘 등에서 다양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만능 아티스트다. 84년 서울 태생인 임동혁은 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2000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 콩쿠르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차세대 대표주자다. (02)580-1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