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났든 못났든 자신의 과거사를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치고 힘든 삶의 전환점을 찾는 사람에게는 이런 방법이 의외로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소설가 조경란씨(34)가 자전적 산문집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마음산책)를 냈다. 제목의 '악어'는 일본 TV에서 화제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전설의 악어 제이크'(2001)에 나오는 제이크다. 제이크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상징한다. '전설의 악어 제이크'에서 제이크의 목격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삶의 변화를 겪는다. 작가의 표현처럼 '제이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고 싶을 때,다른 삶을 꿈꿀 때 내면의 힘이 불러내는 상징적 존재 같은 것'이다. 작가는 이번 산문집 출간을 계기로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려는 사람처럼 굴곡 많은 자신의 가족사를 포함한 지난 삶의 이력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자신의 생일에 손수 복어국을 끓여먹고 자살한 친할머니와 애인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고모,평소에는 숫기없고 다정하다가도 술만 들어가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 대한 신산스런 기억들이 더듬어진다. 작가는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들의 반복이 지겨워 돌아서지만 딱 일주일만 지나면 그 모든 것들이 다 그립다. 그 힘겹고 그리운 날들에 제이크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진정 제이크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