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그린피스 회원으로 활동했고 환경문제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젊은 통계학자가 있었다. 그가 1997년 어느 날 잡지에서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된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가 "환경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지식들은 사실상 잘못된 선입견과 한심한 통계자료에 기초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세계가 환경오염 때문에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환경주의자들의 견해는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젊은 통계학자는 은연중에 약이 올랐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자기가 가졌던 생각과 자신의 활동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말인가. 사실상 그는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신념에 진정으로 의문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에서 정치통계학을 가르치고 있는 비외른 롬보르 교수가 '회의적 환경주의자'(홍욱희·김승욱 옮김,에코리브르,5만원)를 쓰게 된 처음 동기는 이처럼 환경주의자들과 환경단체들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료들을 모으고 통계학자의 입장에서 그것들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 2001년 세상에 나온 그의 책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게 됐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가졌던 환경 비관주의적 입장을 과감히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제까지 환경주의자들이 단편적인 통계수치와 잘못 측정된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의 환경문제들을 심각하게 왜곡시킨 측면이 많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인구 자원 대기·수질오염 산성비 등 범지구적인 환경문제들에 대해 그가 수집한 충실한 통계자료에 근거해 그 전체적인 실상을 독자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예를 들면 전세계적으로 영양부족 상태에 있는 인구는 환경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증가일로에 있는 게 아니라 상당히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에너지문제에 있어서도 오히려 석유와 석탄의 매장량은 다음 세기 이후까지도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는 것을 정확한 통계자료에 의거해 설명하고 있다. 식량과 산림파괴 문제도 그렇게 비관적인 것이 아니다. 세계의 곡물가격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으며 산림은 안정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현실이 이처럼 낙관적임에도 왜 우리는 그동안 비관적인 환경주의자들의 주장만을 듣고 있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환경단체들과 환경학자들,언론매체들의 책임이 크다고 분석한다. 환경단체들은 일반대중의 관심을 계속 끌기 위해,학자들은 연구비에 욕심을 내어서,언론매체들은 속성상 뉴스를 제공하는 독특한 방식 때문에 종종 사실을 왜곡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환경문제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일깨워주는 탁월한 저서다. 독자들은 왜 서구 언론들이 이 책을 가리켜 '침묵의 봄'이후 최대의 환경저작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지,좋은 책을 읽은 뒤의 지적 즐거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정재춘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