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좋아하는 그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상파 그림같은 고전적인 작품들이다. 현대미술의 위상이 1900년 전후 또는 그 이전의 그림들에 비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현대미술은 대중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난해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전시는 무엇일까. 영국에서 발간되는 'Art Newspaper' 최근호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6월 초까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렸던 '반 고흐와 고갱'전에 74만명이 다녀가 1위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관람객 수가 무려 6천7백명에 달했다. 이 기획전은 암스테르담 전시에 앞서 시카고의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에서 4개월 동안 열렸는데 하루 평균 6천2백명이 전시를 관람했다. 관람객 동원 '톱 10'에는 이밖에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의 명작'전(도쿄)이나 '마티스·피카소'전(런던) 등을 들 수 있는데 대부분 현대미술과 거리가 먼 고전적인 작품들이다. 현대미술로는 팝 아트의 대가였던 앤디 워홀전이 유일하게 '톱 10'에 들었다.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두 달간 열렸던 앤디 워홀전에는 하루 평균 4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설치작가 서도호씨가 1백50위 안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런던 '설펀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서씨의 개인전에는 하루 평균 1천2백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같은 양상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관람객 동원 1위를 기록한 전시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밀레'전이다. 19세기 사실주의 대가였던 밀레전은 25만여명이 관람해 하루평균 2천3백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밀레전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이 정도인가'라는 의심이 갈 정도로 빈약하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미국현대사진'전은 관객 동원에서 성공했다는 평을 얻은 전시였다. 하지만 하루평균 관람객은 4백70명에 불과했다. 4개월간 4만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는데 국내 전시에서 관람객이 3만명 이상이면 '히트작'에 속한다. 관객이 하루 50명도 안되는 전시가 대다수다. 이게 우리나라 미술의 현주소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