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설날) 선물로 탁상시계 2천개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시계를 받으면 모두 내팽개칠 것이라는 괴담이었다. 알고보니 중국인들은 탁상시계를 뜻하는 '종'(鐘)이 끝낸다는 '종'(終)과 같고 이를 선물한다는 말은 시체를 화장장에 보낸다는 말과 발음이 같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선물은 한개가 아니라 두개를 줘야 좋아한다는 설명이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나는 결국 정면돌파하기로 마음먹었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의 대자보처럼 붉은 종이에 큰 글씨로 '관습을 잘 몰랐노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중국인의 '첨잔'이 한국인에게는 결례이듯 서로의 문화차이를 이해하도록 노력하자며 설득,간신히 사태를 해결했다.' '몸으로 배우는 중국 비즈니스'(거름,1만원)의 저자 김종성씨(㈜보생 중국공장 상무이사)가 진출 초창기에 겪은 일이다. ㈜보생은 노사화합과 지역발전,세무행정 청렴도 등을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A급 외자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인민일보에까지 특보된 성공 기업. 저자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8년간 중국 근로자들과 고락을 함께 하며 현지화에 성공한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물뿌리는 일을 계속해서 억장 무너지게 만들고 '세월아 네월아' 느려터진 일처리에 발만 동동 구르게 하던 '만만디'들을 훌륭한 근로자로 키운 사연,잇단 부품 도난사건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기술자들의 '반란'을 지혜롭게 해결한 노하우도 재미있다. 저자는 종업원과 실질적인 얘기를 나눌 땐 통역을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상하이의 경우 노동집약산업에는 먹구름이 끼고 일반 제조업은 흐리고 서비스·유통업은 맑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