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화가인 마르크 샤갈(1887~1985년)은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이었다. 파리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미국에 잠시 머물기도 했다. 그는 종교적으로 유대교도나 기독교도는 아니었다. 샤갈은 여러가지 이유로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이었지만 그의 작품을 프랑스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이스라엘 정부까지 구입해 준 것은 인종이나 종교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예술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부한 색채로 서정과 꿈을 그려낸 샤갈의 오리지널 유화를 국내에서 감상하는 자리가 오랜만에 마련된다. 8월7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열리는 마르크 샤갈전에는 초기작인 '할아버지의 농장'에서부터 사망하기 1년 전에 그린 '화가와 몸집이 큰 누드모델'에 이르기까지 유화 20점과 4m짜리 타피스트리(織組) 1점이 선보인다. 국내에서의 샤갈전은 1993년 호암갤러리에서의 전시 이후 10년만이다. 이번 전시는 뉴욕의 메리디안 파인아트센터에서 기획한 것으로 잘 알려진 대표작들은 없지만 그의 서정성 넘치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샤갈의 작품은 마치 꿈과 추억을 함께 집어넣고 흔든 후 들여다본 만화경 같다. 여인 당나귀 말 염소 물고기 수탉 천사 악사들이 중력에서 벗어난 듯 둥둥 떠다닌다. 전시에는 신랑 신부나 연인이 등장하는 '벌거벗은 남녀'(1930~31) '흰색 꽃다발 속의 연인'(1980·사진) '신랑신부와 세 명의 악사들'(1972~77) '꽃다발을 든 연인들'(1970)이 소개된다. 또한 성경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분홍 배경의 다윗왕'(1963) '야곱과 천사의 싸움'(1969~72) '토라(유태인 율법)를 든 유대인'(1975) '화가와 몸집이 큰 누드모델'(1984) '꽃다발 위의 나부'(1948~50) 등도 출품된다. 9월30일까지.입장료 어른 8천원.(02)734-0458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