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권 광역상수도(대곡댐) 사업 수몰예정지인울산 울주군 두동면 하삼정리 일대에서 발굴된 800기의 고분군은 신라사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재공해줄 것으로 평가된다. 고분의 숫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매장 당시 시신과 함께 묻었던부장품이 도굴피해 없이 고스란히 출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고분 800기가 더욱 놀라운 점은 넓은 수몰예정지에서 드문드문 산재한 채발견된 것이 아니라 6천평이라는 단일한 지역 안에서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고분의 수도 800기를 훨씬 능가할 수도 있어 관심을 끌고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고학자는 최근 현장을 둘러본 뒤 "고분 800기는 발굴단 공식 발표일 뿐이고, 내 짐작으로는 1천 수백 기에 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좁은 면적에 1천 기 안팎으로 추정되는 많은 고분이 밀집했기 때문인지 무덤간중복 관계가 극심한 편이다. 다시 말해 후대의 무덤이 앞선 시대에 축조된 무덤을파괴하면서 조성된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들 고분군은 축조연대로 보면 기원후 2-7세기의 긴 기간에 걸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라가 태동.성장한 최중심지인 경주와 인접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 무덤은 신라사 상.중고기 축소판인 셈이다. 더구나 이들 고분군이 자리한 인접 지역에는 신라 제23대 법흥왕(재위 514∼540년) 동생인 사부지갈문왕(徙夫智葛文王) 및 그 아내이자 법흥왕 딸인 지소가 아들진흥을 데리고 와서 놀았다는 천전리 서석 및 반구대 암각화가 분포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대곡천 일대가 신라 왕실에는 대단히 중요한 곳이었음을 의미한다. 무덤은 시대별로 뚜렷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유물 또한 무덤 형태별로, 시대별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2세기대 무덤으로는 옹관묘를 쓰다가 3세기대에접어들면서 대형 목곽묘를 사용하고 있으며, 4-5세기대에는 적석목곽묘까지 보이고있다. 나아가 5-6세기가 되면서는 석곽묘 일색으로 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장품을 통해 신분제라든가 친족제를 비롯한 신라사의 단면까지도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신라고분군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유적의 보존 문제. 이곳은 대곡댐의 수몰 예정지다. 따라서 예정대로라면 조사가 끝나는 대로 물에 잠길 곳이다. 그렇지만 발굴성과만 놓고 볼 때 지금 당장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야 할 곳이다. 하지만 아무도 보존 얘기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적 지정은 댐 건설을아예 백지화시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댐 시행자인 수자원공사는 댐 건설은 예정대로 하되, 그 인근에 전시관을 세운다는 타협안을 내놓은 채 이를 위한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타협안이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유적지 보존 및 사적지정 여부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키를 쥐고 있다. 문화재위원회가 과연 어떤 결정을내릴 지, 주목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