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합중국이 미국 경제를 파괴할 보호무역주의정책을 수립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더 자유로운 무역의 길과 번영의 길로 들어서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가 쓴 경제소설 「THE CHOICE」(생각의나무 刊. 유종열 옮김)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가 1960년 천국의 치안판사에게 '지상착륙'을 요청하는 가상적 장면에서 시작한다. 죽은 경제학자인 리카도가 다시 태어나 지상으로 내려가고자 한 것은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보호무역 주조를 자유무역으로 돌려놓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급격한 경제팽창과 대일적자 등으로 대외교역의 창을 닫아버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알려졌듯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주창한 대표적학자.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의 원인과 장점을 동일상품을 생산하는 나라간 비용차이로 설명한 이론. 경제학 용어로 흔히 '기회비용'이라고 불리는 비용차는 국가간 자유무역과 상품특화를 주장하는 측에 강력한 지지대였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이 책에서 유령 리카도가 처음 만난 사람은 미국 스타시(市)의 TV회사 사장 에드 존슨. 그는 일본 TV의 국내시장 진출로 불안해 하면서 프랭크베이츠 하원의원을 찾아가 수입제한을 부탁했다. 그 대가로 프랭크 의원을 위해 '보호무역으로 인한 소도시 스타 시의 번영'을 주제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연설을할 예정이었다. 그때 나타난 리카도는 에드에게 프랭크 의원이 대통령이 됐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2000년 미국을 보여준다. 자유무역 아래서 에드는 회사를 일본 기업에 팔린다. 그 기업은 일본에서 3년간공장을 가동했으나 결국 타산을 못맞춘다. 반면 보호무역 아래서 에드의 기업은 그대로 유지되고 그의 아들 스티븐은 그 공장을 이어받는다. 그러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유무역 아래서 미국현지의 TV회사는 사라졌지만 대신 미국의 제약회사가 일본에 약을 수출하고 TV를 수입하는 길이 생긴 것. 즉 두나라는 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특화, 기회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얻은 것이다. 리카도의 주장은 보호무역이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자원을 편파적으로 분배토록 조장한다는데까지 이른다. 미국은 1981년 보호무역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에 자동차 수출을 자율적으로 제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자율적 쿼터제'의 실시를 요구했다. 해외로부터 자동차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자 미국의 기업들도 국내 자동차 가격을 인상, 미국의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으로 국산차와 외제차를 사야했다. 리카도의 자유무역론을 풀어낸 저자의 칼날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자유무역을 주창하며 완전한 시장개방을 밀어붙이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관세정책을 무기로 보호무역 정책을 펴는 이중플레이를 지적한 것. 미국 통상성이 수입상품의 질과 시장변동 등을 고려한 종합적 평가를 도외시하고 단순 판매가의 자의적 비교만을 통해 외국상품에 무차별 반덤핑조치를 취하는 사례 등이 그것이다. 이는 외국경쟁업체로부터 자국기업을 감싸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게 저자의 주장. 리카도는 에드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일자리를 보지말고 사람들을 보게. 만일 미국인들이 낮은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햄버거 굽는 일을 잘하면 그들을 평생 햄버거를 구우며 지낼거야.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입을 금지하고 그 일자리들을 햄버거 굽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는다고 해서햄버거 굽는 사람들을 소프트웨어 설계가로 만들 수는 없지. 그래, 할 수는 있네.하지만 미국은 더 가난해지지" 236쪽. 8천500원.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