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정끝별씨의 여행 산문집 '여운'(화니북스, 8천7백원)은 청령포의 물안개처럼 아늑하게 읽힌다. 저자는 아름답고도 애틋한 사연이 깃든 강과 산, 포구, 시골 기차역을 거닐며 그곳에 녹아 있는 문학의 향기를 하나씩 들춰보인다. 직소포의 물소리 앞에서는 천양희의 시, 격렬비열도의 해풍 속에서는 손택수의 시를 읽어준다. 남해 금산에서는 이성복의 시와 서정인의 소설로 구구절절한 사랑을 어루만진다. 운주사의 황지우, 성산포의 이생진, 사평역의 곽재구…. 19곳의 여행지와 28편의 시가 어우러진 산문집은 글자 그대로 바람(風)과 햇빛(景)을 비추는 거울처럼 마알갛다.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선운사 동백꽃의 서정주 시인으로부터 생생한 우포늪의 배한봉 시인에 이르기까지 시인들은 자신이 그려 보이는 풍경 속에 스스로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가 책 속의 글과 사진 위에 겹쳐놓은 자신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길 떠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속깊은 여행 친구.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