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반구대 암각화에는 많은 고래들과 함께 남근(男根)이 발기된 인물상이 묘사돼 있다. 또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토우(土偶·흙인형) 중에는 남녀의 성행위나 성기 부분을 묘사한 것들이 꽤 많다. 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이 이처럼 우리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성(性) 관련 신앙의 전승실태를 정리해 '한국의 성 숭배문화'(민속원,2만3천원)라는 책으로 엮었다. 성 숭배와 관련된 유물과 풍습 등은 일견 낯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산(多産)이나 풍농 풍어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던 문화유산이다. 예컨대 선사시대 자료 가운데 돌출된 성기나 동물들의 교미 모습,고인돌에 새겨진 바위구멍 등은 풍년이나 번식 등을 기원하는 주술적·종교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성 숭배의 풍습은 공동체 의례와 전통 연희에도 나타난다. 강원도 고성 강릉 등 동해안 마을에서는 나무로 남근을 깎아 서낭당에 바치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또 전라도 공석 옥과 장성 등지에서는 가뭄이 심할 때 부녀자들이 산 정상에 올라 방뇨하는 풍습이 있었다. 저자는 신라 토우를 비롯한 고고학적 유물과 문헌기록,현지조사를 통해 밝혀진 각종 성숭배 의례나 상징물,성이 상징화된 놀이문화 등 한국 성문화 전반을 생생한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