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 주교들이 크게 젊어졌다. 최근 5년 사이에 천주교 주교의 절반 이상이 정년(75세)을 맞아 은퇴하면서 40∼50대의 '젊은' 주교들이 대거 탄생했다. 특히 최근 김희중 신부와 유흥식 신부가 각각 광주교구 보좌주교와 대전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주교단의 세대교체가 일단락됐다. 천주교 주교들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99년부터다. 이 해에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를 비롯해 이기헌(군종교구장) 최기산(인천교구장) 주교가 잇달아 임명된 데 이어 2001년에는 권혁주(안동교구장) 안명옥(마산교구장) 최영수(대구대교구 보좌주교) 주교 등이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또 지난해에는 서울대교구의 이한택 염수정 김운회 보좌주교와 수원교구 이용훈 보좌주교가 한꺼번에 무더기로 쏟아졌고 올들어서도 김희중 유흥식 주교 등 두 명이 새로 임명됐다. 총 23명의 주교 가운데 12명이 최근 5년 사이에 새로 임명됐고 지난 86년 임명된 강우일 주교를 포함한 11명이 50대 이하다. 현직 주교 가운데 유일한 40대인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올해 46세.정년을 눈앞에 둔 대전교구장 경갑룡 주교(73)나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72)에 비하면 '아들뻘'이다. 이같은 주교단의 세대교체는 가톨릭이 새 천년기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 송열섭 신부는 "지난 세기에 가톨릭 지도자들이 민주화와 통일 등의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면 새 주교들은 가치관 혼돈과 가정 붕괴 등의 상황에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천주교계에 새로운 추기경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파른 신장세를 거듭하며 4백30만명 신자를 확보한 한국 천주교의 교세와 아시아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1∼2명의 추기경이 더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김수환 추기경이 일선에서 은퇴해 교회 내에서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새로운 추기경의 탄생을 점치는 근거다.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이 한국에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새로 임명된 젊은 분들을 포함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주교들 가운데 새 추기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추기경이 47세에 마산교구장에서 서울대교구장으로 발탁되면서 추기경이 됐던 점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