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딸의 건강문제로 야후코리아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던 염진석 전 사장(48)이 가슴절절한 시집을 출간, 화제가 되고 있다. 시집 '나는 잠깐 긴 꿈을 꾸었다'(김영사)가 바로 그것.이 염씨는 시집에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유년시절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던 배고팠던 대학시절, 그리고 힘겹고 슬펐던 그래서 외로웠던 자화상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그가 틈틈이 써놓은 1백여편의 시 가운데 48편만을 추려 모은 이 시집에는 '일중독'에 빠진 가장 때문에 희생을 치러야 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 어머니에 대한 애뜻함 등 이율배반적인 삶에 대한 감회로 가득하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딸 지혜와 아들 도현 앞에서 삶의 무상함을 느끼는 성공한 벤처사업가의 아픈 상흔이 곳곳에 베어나고 있다.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빠는 인터넷 회사 사장이라 유명해지고/인터뷰로 날 새는 줄 모르고 돈도 아주 아주 많이/벌었는데도 무능한 아빠는 사랑하는 딸아이에게/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야후코리아를 떠나면서 사퇴의사를 밝힌 e메일에 담았던,딸 지혜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한 이 시도 시집에 함께 실렸다. 대구 태생으로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염씨는 현재 디젠트 회장, 넥스투어 회장, 유니세프 코리아 이사, 경인방송 이사, 배움닷컴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