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미래=세계의 평화실천가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베트남의 반체제 평화주의자 틱 캉 도 스님,세계적인 동물 연구가 제인 구달 박사 등의 해학 넘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미국 철학자이자 평화 칼럼리스트.(스코트 헌트 지음,김문호 옮김,아름다운사람들,2만8천원)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라는 이명이 붙은 지난해 지구의 평균기온은 14.98℃.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이 숫자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온난화를 넘어 펄펄 끓는 열대화 시대를 맞이했다는 뉴스도,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이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도 마찬가지다. 겪어보지 못한 환경위기는 어렴풋할 뿐이고, 눈앞의 일상은 평온하기 때문. 한여름 더위가 짜증스럽긴 해도, 에어컨을 틀면 금세 땀을 식힐 수 있는 안락한 생활 속에선 기후붕괴로 터전을 잃고 생존의 갈림길에 선 사람과 동물의 처연한 현실이 와닿지 않는다.그렇다면 이 사진 한 장을 보면 어떨까. 여기 ‘강제 퇴거’라는 이름이 붙은 디오라마(배경에 하나의 장면을 더 만드는 배치) 형식의 작품이 걸렸다. 전통복식을 한 나이 든 몽골인 둘이 초원이 그려진 배경판 앞에 서서 현대적인 옷을 입은 한 가족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가족이 있는 자리엔 온통 모래뿐이다.이들이 발을 딛고 선 장소는 몽골 초원이다. 다만 나이 든 이들의 초원은 되찾을 수 없는 과거의 초록 우거진 곳이고, 젊은이들의 초원은 사막화로 생기를 잃은 땅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14.98℃란 수치보다 기후위기가 명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작품을 찍은 사진가 이대성은 이를 “인간의 손이 빚은 비극적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기후위기로 한국 인구의 40%에 달하는 사람들이 난민으로 내몰리고, 자연의 퍼즐 조각인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극적으로 담아낸 사진작가들의 전시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서울 중구문화재단이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의 미술전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갈까? 재활용 쓰레기는 과연 얼마나 '재활용'되고 있을까? 영국의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쓴 <웨이스트 랜드>는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찾아 이 같은 질문의 답을 파헤친다.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의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까지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재활용은 선진국에서조차 쉽지 않은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재활용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는 기존의 재활용 라벨이 거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조차 재활용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속여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재활용이 실제로 하는 역할 한 가지는 쓰레기를 버린다는 소비자의 죄책감을 달래준다는 점"이라고 말한다.심지어 정부가 재활용률을 과장해 발표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국에선 실제 재활용된 양이 아니라, 재활용 업체에 들어간 쓰레기의 양을 재활용률로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쓰레기는 아예 국경을 넘기도 한다. 폐기물 산업은 이미 세계화됐다. 선진국은 쓰레기를 국내에서 고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으로 빈번히 수출한다. 개발도상국은 저렴한 인건비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의 부담도 떠안는다. 중고품 기부도 마찬가지다. 정말 쓸 만한 중고품은 해외로 기부되지 않고 자국에서 재판매된다. 전세계 팔리지 않는 중고품이 몰려드는 가나 아크라에선 애초에 폐기물로 분류될 만한 저품질의 중고 의류가 넘쳐 쓰레기 매립장이 한계를 초과했다. 이 책은 기업의 그린워싱(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
런던의 한 술집. 안쓰러운 행색의 마사(제시카 거닝)가 멍하니 앉아있다. 바텐더 도니(리처드 개드)가 따뜻한 홍차 한잔을 무료로 건넸을 때,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저는 잘나가는 변호사예요. 고급 저택도 몇 채나 있죠.” 도니는 그 모든 게 거짓임을 알지만 그냥 웃어준다. 그녀가 악명 높은 스토커란 걸 몰랐던 것이다. 이내 저속한 내용의 이메일이 그에게 수만 개씩 밀려든다. 집과 직장과 가족까지 무차별적으로 그녀에게 침범당한다. 넷플릭스 7부작 <베이비 레인디어>는 호러 스릴러처럼 시작한다. 사소한 연민이 불러온 끔찍한 집착. 우리의 관심은 스토커를 퇴치 또는 치유(그게 가능하다면) 할 수 있는가다. 그런데 바텐더 도니는 지독한 타인보다 더 지독한, 자신의 내면과 얽혀있다.다 큰 남자를 ‘귀여운 아기 순록’으로 부르는 '스토커' 마사는 제정신일 리 없다. 스탠딩 코미디언이 본업인 도니의 공연장에 그녀가 난입한다. 그녀의 앞뒤 가리지 않는 독설은 도니의 썰렁한 농담보다 더 큰 객석 반응을 얻는다. 덕분에 무대를 잘 마무리했다면 도니가 고마워해야 할까. 영국의 작가인 리처드 개드가 직접 겪은 이야기다.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 주인공 또한 그가 도맡았다. 원작은 그의 모놀로그(1인극) 연극이었지만, 넷플릭스로 와서 제시카 거닝(마사 역)의 훌륭한 연기가 더해졌다. 빈틈없는 씬 연결, 빠른 극 전개 덕분에 몰입감이 높다. ‘극도로 집착하는 여자’하면, 영화 <미저리>(1991)를 떠올리게 된다. <미저리>의 그녀가 무자비하고 용의주도한 악당이었다면, 마사는 그런 악을 실행할 전략도 능력도 부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