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삼국시대 영웅들의 통일국가를 향한 대장정을 그린 김정산의 대하 역사소설 '삼한지'(三韓志·중앙M&B,전10권)가 나왔다. 책은 서기 580년부터 신라가 나당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1백여년의 역동적인 역사를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제목으로 쓰인 '삼한(三韓)'이라는 말은 고구려·백제·신라를 통칭해 불렀던 '삼국'의 다른 이름으로 '삼국사기' 등의 사료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은 부족국가 시대를 마감하고 중앙집권국가로 접어들던 시기로 삼국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가던 때였다. 이 때는 특히 활달하고 호방한 문화를 이뤄낸 고구려가 요동 지역을 장악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때이기도 했다. 결국 삼국을 통일한 나라는 신라였지만 이 책에서는 세 나라에 비중이 골고루 할애돼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군사대국이자 문화강국이었음에도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백제의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데 작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소설에서 백제는 경기도 일부,충청도,전라도와 제주도에서만 통치권을 행사하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패망한 유약한 나라가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했던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나라로 그려진다. 작가는 고증을 위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물론 '당서''수서''정관정요''일본서기' 등 중국과 일본의 사료도 두루 섭렵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에만 6년이 걸렸다. 저자는 "우리 아이들이 외국의 위인들에 경도돼 있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싶어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