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인 매력으로 영혼을 매혹시키는 여인,남자의 심장에 성과 쾌락의 비수를 꽂아 파멸로 내모는 요부.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의 '팜므 파탈-치명적 유혹,매혹당한 영혼들'(다빈치,1만2천원)은 이같은 유형의 여인들을 명화와 함께 보여준다.


곳곳에 인용된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처럼 '지독한 사랑'과 '죽음에 이르는 향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몰락시키는 여인.19세기 말 예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화두이기도 하다.


저자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잔혹 신비 섹시 탐미의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살핀다.


성서에 등장하는 살로메는 관능과 잔혹의 대명사.숨막히는 아름다움으로 헤로데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자 세례 요한의 목을 베게 했던 그녀는 귀스타브 모로와 귀도 레니 등의 그림 속에서 요한의 목을 소반에 받쳐든 모습으로 살아있다.


배신한 남편과 연적에게 끔찍하게 복수한 메데이아,성관계를 끝내자마자 남자의 목을 베어버리는 유디트,나폴레옹의 정복욕을 끝없이 자극했던 조세핀,트로이 전쟁의 화근이 된 헬레네,20세기 최고의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


팜므 파탈은 성욕과 공포를 하나의 거울로 비추는 이미지다.


저자는 예전의 그것이 성적 매력과 미모를 앞세운 것이었다면 21세기에는 여기에다 사회적인 능력까지 추가했다고 분석한다.


야하면서도 우아한 도판 1백30여컷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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