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생각보다 잔혹한 동물이다. 무리 중의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면 모두들 달려들어 상처 부분을 쪼아 결국 죽게 만든다. 그래서 상처 입은 닭을 무리로부터 격리시켜 보호해야 한다. 이런 특성을 사람과 기업에 비유하면 놀라운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사회에서도 누군가 실수를 하면 곧바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 특히 회의에서 그렇다. 상사와 동료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그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해볼 의욕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독창적인 아이템을 개발하고 새 영역을 개척하려는 다른 사람들의 도전의식까지 가로막는다. 상처입은 닭은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한 사람이다. 그를 질책하고 망가뜨려서는 안된다. 연구개발은 99%의 실패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는 '창조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닭을 죽이지 마라'(케빈 왕 지음,권남희 옮김,이가서,8천5백원)는 바로 이런 가르침을 전해주는 경영 우화다. 일본 혼다 자동차를 창립한 혼다 슈이치로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류기업에는 다른 기업이 생각하지 못했던 노하우가 있게 마련. 젊은 주인공 데빗이 지방의 한 중소기업에 파견 나가 제임스 쿠퍼라는 사장을 만난 후 '창조를 위한 7가지 교훈'을 배우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는 하룻동안 여러 팀의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회의실 문마다 '닭을 죽이지 마라'는 벽보가 붙어있었다. 실제로 단 한번의 경우만 제외하고는 아무도 서로를 질책하지 않았다. 야단맞은 경우도 '실패를 사과하기만 했지 원인을 찾아 개선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사람을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 토론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회사였다. 사장은 다음날 저녁 그를 식당으로 초대해 담소를 나눴다. 그러면서 '시도해 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줬다. 요리가 순서대로 나올 때마다 '상품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진리와 시장분석은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상사나 베테랑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므로 '진실 앞에서는 공평하면서 평등하라',뛰어난 아이디어도 타이밍이 안맞으면 소용없으니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을 들려줬다. 마지막으로는 '창조는 아이디어에 정열을 곱한 것'이라는 걸 상기시킨다. 이 책이 은유와 상징의 화법으로 얘기하는 것은 결국 '창조'에 관한 마음가짐이다. 그것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도록 '창조 DNA'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데빗이 자신의 노트에 7번째 교훈 '뜨겁게 인간을 사랑하라'라는 구절을 적어넣는 마지막 장면이 숙연하다. 이야기는 맨 뒷장에서 다시 첫장으로 이어지면서 성공한 데빗의 현재와 미래를 수미상관 구조로 보여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