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판계에 '비주얼(visual)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에세이에 만화가 결합된 카툰 에세이(Cartoon Essay)란 새로운 장르의 책들이 전국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으며 활자보다 일러스트나 사진이 많이 들어간 철학서, 도표와 그래프로 설명을 대신하는 경제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소설과 인문도서를 주로 내던 대형 출판사들도 사진 만화 애니매이션 관련 책들을 앞다투어 출간하는 등 '비주얼'은 출판계의 공통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주 교보 영풍 서울문고 등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있는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홍익출판사, 7천5백원)는 카툰 에세이의 대표적 작품. 지난해 연말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 책은 만화적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랑의 추억이라는 보편적인 얘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의 짧은 글과 만화가 하나가 되어 읽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홍익출판사측은 "예상을 뛰어넘는 독자들의 반응에 놀랐다"면서 "다음달 '파페포포 메모리즈' 2편을 출간 하는등 올해 안으로 비슷한 장르의 책을 4권 정도 더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헌재의 '포엠 툰(POEM TOON)'(이레, 9천원)과 정철연의 '마린 블루스'(한산문화사, 8천5백원) 등 카툰 에세이 형식의 작품들도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사진관련 서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작가 윤광준의 '잘 찍은 사진 한장'(웅진닷컴, 1만2천원)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까치, 8만원),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푸른세상, 1만5천원) 등이 인기 도서 목록에 들어 있다. 대형서점과 출판사들도 이런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다음 주부터 카툰 에세이 부스를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김영사는 최근 편집부 내에 만화담당을 새로 뒀으며 일간지에 연재중인 허영만의 만화 '식객'의 단행본 출간을 준비 중이다. 한 출판계 인사는 "영화등 영상매체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은 사진이나 그림이 포함된 도서나 비주얼한 느낌을 주는 소설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