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라는 접두어는 왠지 어감이 좋지 않다.

안하무인격으로 대들거나 나서는 모양새가 연상되고,함부로 가져다 붙이기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느껴져 거북하다.

그러나 어감대로 "막"만들어 버릴 수 없는 것이 막국수다.

실력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제대로된 막국수를 만들려면 메밀함량이나 반죽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고,사골 육수나 동치미 국물에도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좀처럼 맛이 변하지 않고 입 소문으로 탄탄하게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는 세 집을 소개한다.

◆춘천옥(서울 금천구 가산동 마리오 대각선 골목 안,02-868-9937)=막국수와 보쌈 그리고 국밥이 메뉴의 전부지만 서울시 선정 한국의 맛집,한국관광공사 선정 깨끗한 음식점 등 수상 내역이 눈부시다.

일반적인 막국수 집들과는 달리 비빔막국수가 주력 메뉴.어떤 음식을 주문하든 먼저 맑게 끓인 콩나물국을 한 사발 가져다주는데 시원하게 입을 가시고 나면 깍두기와 열무김치 그리고 막국수를 내온다.

돌돌 만 국수 위에 고추 양념장과 열무 줄거리,채 썬 오이,배,깨를 뿌린 대접을 코 끝으로 당기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폴폴 풍긴다.

젓가락으로 휘휘 돌려 말고 열무김치를 얹어 입에 넣으면 쫄깃한 면과 사각거리는 열무가 기분좋게 씹힌다.

비빔막국수지만 자박하게 부어진 육수 덕에 뻑뻑하지 않고 촉촉하다.

메밀 함량이 적은 편이어서 까슬대는 질감은 부족하지만 매끄러운 면발이 미끄러지듯 넘어간다.

열무김치와 깍두기는 수준급의 손맛을 선보인다.

막국수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양념장을 빼고 육수를 많이 달라고 특별히 주문해 물국수처럼 먹는 것.사골 육수의 고소함은 유명 냉면집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보쌈이며 김치도 워낙 유명해 외국 손님들은 포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고성막국수(서울 강서구 방화동 삼익아파트 옆,02-2665-1205)=아파트 단지 옆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는 고성막국수는 찾아가는 데 애를 먹기 일쑤다.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식사 때면 어디서들 몰려오는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 집 막국수는 모양새가 특이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면발이 소면처럼 가늘다.

면발을 휘휘 말아 한 덩어리 놓고 그 위에 양념구이 김 가루를 뿌리고 오이와 계란을 고명으로 얹어 내면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다.

가느다란 면발이 흩어지며 묘한 촉감을 빚어내는데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한 올 한 올이 섬세하게 혀를 감싸고 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국수가 묘한 감흥을 전해준다.

상에 같이 오르는 반찬은 세 가지.백김치와 열무김치 그리고 대구무침이다.

백김치를 막국수에 둘러 먹으면 상큼함이 느껴지고 열무줄기를 말면 사각거림이 살아난다.

최고의 장기인 대구무침을 얹으면 오묘한 맛이 더해진다.

구수하고 진한 맛을 보고 싶다면 편육을 시켜 막국수와 함께 즐기면 된다.

야채를 곁들이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처가집(서울 중구 약수동 외환은행과 피자헛 사이 골목,02-2235-4589)=간판이라고는 대문 위에 걸린 애들 화첩만한 안내판이 고작인 이 집의 막국수는 그 모양새부터 심상치 않다.

주문을 받는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처음 온 손님은 막국수를 주문해도 다른 메뉴로 유도한다.

'우리 집 막국수는 아무나 못 먹는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도 먹어 보겠다며 도전해도 막상 받고 나면 만감이 교차한다.

달랑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주는데 고명이라고는 채 썬 오이가 전부다.

강하게 느껴지는 동치미 국물의 '군내'가 혀와 코를 괴롭혀 젓가락을 놓아 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갸우뚱거리며 두세 젓가락 씹어보면 이내 국수 대접에 코를 박고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셔버리게 된다.

비결은 면에 있다.

메밀 함량이 많으면서도 탱탱함을 유지해 무척 쫄깃하다.

구수한 메밀의 향이 진한 동치미 국물과 어우러져 독특한 궁합을 만들어 낸다.

다른 어떤 재료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순수한 메밀의 향미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김유진·맛 칼럼니스트 showb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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