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과 재해 때마다 언론의 무분별할 현장훼손과 인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가 재난보도 준칙 제정작업에 나섰다. 기자협회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한달 후인 3월 20일 한국언론재단(이사장 박기정)과 함께 `재난보도의 문제점과 재난보도준칙 제정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21일 `재난(재해) 보도에 대한 보도준칙(안)'을 발표했다. 기협의 보도준칙안은 첫번째 원칙으로 "이미 발생한 피해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앞으로 전개될 다른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보도를 우선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명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취재할 것, 이재민의 생활과관련된 정보의 제공에 상당한 비중을 둘 것, 위기상황에 대한 심리적ㆍ정신적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데 주력할 것, 불확실한 내용은 철저하게 검증해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 등의 원칙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수집된 정보의 해당 전문가 검증 △재난구조기관의 공식발표에 따른 피해관련 통계와 명단 보도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생존자 및 사상자의 신상 공개 자제 △근접촬영 자제 △자극적인 장면 반복 보도금지 등을 들었다. 언론사에 대해서는 재난보도에 대한 기자교육을 실시하고 무리한 취재지시를 내리지 말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기자들도 안전장비 지참, 관련법규 숙지, 안전지침준수 등을 반드시 따르도록 했다. 기협은 회원들과 유관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12일 임원 세미나에서 재난보도 준칙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최규철)와 협의해 공동으로 발표한 뒤 이를 준수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부 언론사가 자체 규정으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고, 지난 96년 한국언론연구원(한국언론재단으로 통합)이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 준칙과 보도 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를 발간하며 재난보도 준칙을 발표한 적은 있으나 현업 언론인 단체가 재난보도 준칙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