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그림은 지고 현대미술이 뜬다.' 지난 1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메이저경매에서 현대미술품(Post War and Contemporary) 거래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인상파 그림 판매 실적을 앞질렀다. 인상파 그림은 수십년 동안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역전은 현대미술품이 앞으로 미술시장을 주도하게 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게 미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크리스티 경매에서 현대미술품은 6천9백80만달러(약 8백40억원)의 거래 실적을 올렸다. 이에 비해 인상파 그림 판매는 이보다 1천만달러나 적은 5천9백70만달러에 그쳤다. 이에 앞서 지난 6∼7일 개최된 소더비 경매의 경우 인상파 판매 실적이 6천5백60만달러였던 반면 현대미술품은 2천7백30만달러로 '역전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더비의 인상파그림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가을의 메이저경매(8천1백40만달러) 때보다 1천5백만달러나 줄었다. 예년의 경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들은 '팝 아트'의 대표주자였던 앤디 워홀을 비롯 미국의 추상화가인 잭슨 폴록,색면추상작가였던 마크 로스코 등이다. 이번 메이저경매에선 특히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그의 1958년작인 1천호 크기의 대작 '№9'은 추정가가 8백만∼1천2백만달러였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1천6백36만달러에 팔려 이번 메이저경매에 출품된 현대미술품 중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소장가들의 관심이 인상파 그림에서 현대미술품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소장층이 젊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옥션의 이학준 상무는 "미국의 경우 50,60대가 주류를 이루는 컬렉터층이 최근에는 40대로 내려오고 있는 추세"라며 "40대는 아무래도 인상파보다 현대미술품을 선호하게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인상파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들은 대부분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어 경매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도 인상파 그림 판매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