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인 영산재(靈山齋) 중 작법무(作法舞.법고와 바라 등을 이용해 추는 춤)의 유일한 기능보유자인 일응(一鷹.84.태고종) 스님이 지난 11일 오전 4시 경기 용인시 구성면 마북리 전통사에서 노환으로 입적했다. 스님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1934년 전북 완주군 구인면 대원사에서 출가한 뒤우운 스님 등에게서 범패를 배웠다. 일응 스님의 입적으로 영산재의 복원과 계승에힘써왔던 '영산재 1세대'가 역사에서 모두 사라지게 돼 영산재의 명맥을 잇는 불사(佛事)에 차질이 우려된다. 영결식은 오는 13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마북리 전통사에서, 다비장은 같은 날 낮 12시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에서 각각 열린다. 영산재는 석가모니 부처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說)하는 '영산회상'의 도량과 장면을 그대로 옮겨 모든 부처와 보살에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진리를 깨우쳐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서원이 담겼다. 부처님을 모시는 괘불이운(掛佛移運), 스님들이 천수경을 독경하는 가운데 바라춤을 추는 천수바라와 사다라니(四陀羅尼), 법고(法鼓)와 회향(回向) 등 모두 12과정의 의식으로 구성돼 있다. 영산재 1세대는 벽응(碧應).송암(松岩).지광(智光).일응(一鷹) 등 네 스님. 벽응.송암 스님은 1969년 옥천범음회를 설립, 영산재의 복원.계승에 나섰고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동반지정됐다. 해방 후 범패(梵唄.부처의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의 1인자로 꼽혀온 두 스님은이후 영산재보존회를 이끌었으며 이 단체는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두 스님에 이어 1987년 지광 스님과 일응 스님은 각각 도량장엄(道場莊嚴.사찰경내를 엄숙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일)과 작법무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광 스님은 1997년 입적했다. 이후 영산재는 일응 스님의 지도로 태고종 사찰인 신촌 봉원사가 중심이 돼 이수자와 전수생을 길러내며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 구해(九海) 스님이 영산재의 준기능보유자로 있으며 30명 안팎의 이수.전수자가 활동하고 있다. 불교 태고종은 작년 월드컵 기간 신촌 봉원사에서 최초로 영산재를 상설공연하는 등 대중화에 뛰어든 가운데 일응 스님의 입적 소식이 전해지자 이의 계승작업에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 031-284-1181∼3.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