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말 서울대에서 퇴임하는 일랑 이종상 화백(65·서울대박물관장).그가 퇴임을 앞두고 서울 인사동에 새 건물을 지은 선갤러리 개관 기념 초대전을 오는 21일부터 갖는다. 열여덟번째 개인전으로 장지화 동유화(銅釉畵) 기법으로 제작한 '원형상(原型像)' 시리즈 60여점을 선보인다. 일랑은 진정한 우리 미학을 탐구해 한국 화단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이를 '한국 미술의 자생성'이라고 부른다. 이 화백은 "한국 미술 속에 뿌리 깊게 내재해 있는 생명체를 찾아내 오늘의 조형의식 속에서 재발견해야 한다"며 "이는 양식과 질료의 개발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발견한 '벽화그림'이 양식이라면 전통 기법을 현대화한 장지기법 닥지기법 동유화기법은 질료의 재발견이었다. 일랑은 대학생 때였던 1961년 국전에 출품한 '장(匠)'이 특선으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그의 '독도' 시리즈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스타 작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80년대부터 선보인 '원형상' 시리즈는 사실 양식적으로 투박하지만 한국 미술의 본질을 재발견한다는 뜻에서 작가는 지금까지 '원형상'을 고집하고 있다. 역사적 인물의 초상화 작업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는데 5천원 지폐에 등장하는 율곡 초상화는 그가 37세 때 그린 영정이다. 이 화백은 "퇴임 후에는 신인으로서 화단에 데뷔하는 마음으로 전업작가로 돌아가 우리 미학을 재발견하는 작업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사동의 대표적 화랑인 선갤러리는 최근 신축공사를 마치고 지상4층 지하1층에 3백여평의 전시공간을 갖춘 현대식 빌딩을 개관했다. 6월17일까지.(02)734-0458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