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야외 오페라로 기록될 장이모 연출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가 8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사회자의 안내 코멘트에 이어 8시10분께 시작된 이날 공연은 경기장 그라운드와 스탠드를 빼곡이 메운 2만여 관객의 환호 속에 3시간여 가까이 진행돼 11시가 넘어서야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은 장이모 감독이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해 온대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오페라가 과연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무대였다. 공연 한 시간여 전부터 일찌감치 경기장을 메우기 시작한 관객들은 입장 순간눈앞에 거대하게 펼쳐지는 ‘황제의 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기장 동편 스탠드 전체에 세워진 무대는 높이 45m에 길이가 무려 150m. 거대한 규모 뿐 아니라 중국 명나라 시대의 자금성을 그대로 본뜬 정교한 세트디자인과 무대 전체를 뒤덮은 오색찬란한 문양, 수백명의 군중을 비롯한 출연진의 화려한 의상 등도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관객 도재형(26)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무대가 훨씬 웅장하고 세트 하나하나가 굉장히 세밀해 놀랍다”며 “다만, 무대가 너무 크다 보니 이러한 세심한 부분들이 가려져 버리는데다 몇백명이나 되는 출연자들에도 불구, 무대가 다소 휑한 느낌도 준다”고 말했다. 조명도 압권이었다. 무대가 워낙 넓어 관객들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하는 세밀한 곳까지 비추는 색색의 조명들은 극의 줄거리와 맞물려 환상적이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 과연 장이모 특유의 색채미학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려한 조명으로 순간순간 무대 전체가 빛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주역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또한 훌륭했다. 칼라프 역의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고음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금세기 최고의 칼라프’라는 칭송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해 냈다.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죠반나 카솔라 역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연기를 펼쳐 박수 갈채를 받았다. 관심의 대상이었던 음향 문제의 경우 오케스트라 소리가 다소 뭉개지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심한 울림이나 반사음 없이 생각보다 오페라 감상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는 평가. 관객 최병하(27)씨는 이날 공연에 대해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던 오페라였다”며 “특히 음향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난달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때보다는 한결 나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 주변 도로는 공연 시작 전과 후 수만명의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특히 주차 공간이 부족해 공연시간에 쫓긴 상당수 관객들은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가거나 주차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곳곳에서 많이 눈에 띄었으며, 이로 인해 늦은 관객들이 공연이 시작된 후에도 상당수 입장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기도 했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은 11일까지 계속된다. 공연 시간은 9-10일 오후 8시, 11일 오후 8시30분. 전화 3473-7635, 1588-7890, 1588-1555.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