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독립된 장르로 정착돼가는 추세다. 판화작품은 지난해 50억원 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판화진흥회 엄중구 회장은 "판화는 회화나 조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0%를 웃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현대판화모음'전은 1950년대 이후 현대 판화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4백74점의 판화작 중 연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1백10여점을 추렸다. '한국 현대판화의 여명(1950년대)' '현대판화의 전개와 확산(1960~70년대)' '현대판화의 새로운 모색(1980년 이후)' 등 3개 부분으로 나눠 전시중이다. 전통 목판화 기법에서 영향받은 정규 최영림으로부터 현대판화 보급의 기수인 김봉태,디지털 방식을 이용한 정상곤 임영길까지 현대 판화사의 주요 흐름이 망라된다. 정규는 1956년 국내 최초의 현대목판화 개인전을 열었고 이항성은 58년 석판화전을 처음 개최했다. 1960년대에는 판화계도 앵포르멜 열기가 높았다. 윤명로의 '문신',김종학의 '역사',배륭의 '페스티벌' 등은 이 시기의 대표작이며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62년에 김상유가 첫 동판화전을 열었고 1970년에는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가 창설돼 판화 활성화에 기여했다. 1980년대에는 오윤 정비파 등 민중미술 계열의 작품이 큰 물결을 이루면서 대학에 판화 전공이 생기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판화의 내용과 형식이 심화되고 디지털을 이용한 기법이 등장했다. 이번 전시에서 강애란 곽남신은 캐스팅 기법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고 임영길 정상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판화 영역을 확장시켰다. 6월22일까지.(02)2188-6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