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로마의 휴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컷트 머리의 공주와 멋쟁이 사진 기자 그레고리 팩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세기를 흘러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아 있다. 그곳이 다름아닌 '로마'였기에 가능했던 특별한 영화,로마의 휴일을 따라가본다. 베드로 광장에서 시작된 로마의 휴일 영화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타이틀 롤이 나오면서 감독인 윌리엄 와일러의 이름과 함께 베드로 광장이 풀씬(full scene)으로 잡힌다. 로마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을 시작하는 기점이 되는 곳으로 로마의 몇몇 광장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몇 세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광장이다. 1656년부터 1667년까지 베르니니가 설계했다. 중앙에 있는 오벨리스크는 1586년에 150마리의 말과 47개의 크랭크를 동원해 만든 것으로 이집트에서 가져왔다. 원래는 이집트 정복 후 아우구스투스가 치르쿠스 막시무스를 장식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관광객들의 만남의 장소로 더 인기가 있다. 베드로성당 위에 돔에서 촬영한 듯한 영화의 첫 번째 장면은 로마의 웅장함과 거대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마치 이 거대한 유적의 도시에서 지금 눈에 보여지는 장면처럼 뭔가 근사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을 던져주는 것 같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소로 감독이 선택한 곳은 포로로마노였다. 따분하고 지겨운 공식 일정을 피해 궁궐을 빠져나온 여주인공,앤은 의사의 처방대로 수면제를 주사 맞았기 때문에 길거리 벤치에 쓰러져 잠이 들었고 조는 도박을 끝내고 귀가하던 중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흐릿하게 처리되었지만 두 사람의 익살스런 만남 뒤로 펼쳐지는 포로로마노는 베네치아 광장과 콜롯세움 중간에 위치한 곳으로 고대 로마의 정치,상업,사법,행정의 중심지였다. 콜롯세움 역에서 도보로 약 5분 정도 걸으면 다달을 수 있는데 아직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열주식 기둥의 화려한 모습들이 당시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이곳의 배치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로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 번째 장면은 조의 아파트가 있는 거리,마르크 가 51번지.잠에 취한 앤을 조가 데리고 간 곳은 자신의 아파트가 있는 허름한 뒷골목거리로 마르크가 51번지였다. 지금은 영화 속의 현장이라는 이유로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로마에 와서 한번쯤 둘러보는 유명 거리로 변했지만 영화를 찍을 당시만 해도 전형적인 시장 거리였다고 한다. 일대에서 영화 포스터와 오드리 헵번 사진이 박힌 판넬을 팔고 있다.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되는 장소,트레비 분수 앤이 공주라는 것을 알고 취재 결심을 한 조에게서 1,000리라를 꾼 앤은 트레비 분수 옆의 미장원에 들려 과감히 긴 머리를 잘라버린다. 트레비 분수는 트레비란 이름이 '삼거리'란 뜻으로 이 앞에 3개의 길이 뻗어져 있어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앞에서 동전 3개를 손에 쥐고 자신들의 운명을 실험해 보는데 하나는 로마를 다시올 수 있도록 비는데 필요하고 두 번째는 연인을 만날 수 있도록,세 번째는 그 연인과 결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하다. 이때 오른손으로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 너머로 던져야 효력이 있다고 한다. 누가 그런 말을 퍼뜨렸는지 모르지만 로마에서 가장 큰 이 분수가 완공된 때는 1762년으로 니콜라 살비(Nicola Salvi)가 설계했다. 대부분의 로마 유적에 비해선 비교적 젊은(?) 건축물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중앙의 형상은 바다의 신 넵튠인데 두 트리톤(반인 반어의 바다의 신)과 접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작된 두 주인공의 관광일정은 스페인 광장-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공주 때문에 지금도 관광객들 사이에선 젤라또(아이스크림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를 사먹는게 유행이다 - 과 그레코 까페,콜롯세움,진실의 입으로 이어진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보는 로마의 풍경은 고대의 모습 그대로이고,특히 진실의 입은 이 영화로 가장 확실히 뜬 명소가 되었다. 앤과 조의 라스트씬이 연출된 바르베르니 궁전 역시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공간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로마관광도 끝났다. 주인공들을 길잡이 삼아 돌아본 로마관광.색다른 테마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식의 코스도 눈여겨둘 만하다. '로마의 휴가'쯤은 꿈꿔볼 수 있다. 글: 이유진 ◇여행문의 : 이탈리아 관광청(02-775-8806 /www.eni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