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여섯개의 시선」은 여균동,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임순례, 정재은 등 여섯명 감독들의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각각은 장애인, 범죄자, 아동인권, 외국인 노동자, 여성, 외모에 대한 편견 등우리 사회에 만연된 다양한 차별 문제를 한국 영화계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여섯명의 감독들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감독들의 다양한 개성만큼 다큐멘터리, 재연, 극영화 등 여러가지 형식으로 제작됐으며 상영시간도 12분에서 28분까지 다양하다. 국가인권위에서 편당 약 5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해 만들어졌으며 전주영화제는"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이의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다"고 개막작 선정이유를 밝혔다. ▲대륙횡단 = 「미인」 이후 오래간만에 만나보는 여균동 감독의 작품. 김민주라는 장애우의 일상적인 사건과 감정 등을 열 세가지 장면으로 구성한 영화다. 취직 하기 위해 이력서에 넣을 사진을 찍는 주인공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장면, 힘들게 외출하려는 주인공을 집으로 들어가려는 줄 잘못알고 도와주는 선의의 손길 등의 여러 장면은 생활의 담담한 기록임과 동시에 때론 어이없는 웃음과 장애우들에 배려없는 사회에 대한 한숨을 담고 있다. ▲그 남자의 사정(事情) = 범죄자에 대한 편견을 A와 오줌싸개 어린아이의 관계속에서 다룬다.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로 호평받았으며 단편 「둘의 밤」을 연출한 바 있는 정재은. 시간과 공간이 정해지지 않은 한 아파트. A의 집 초인종 옆에는 그가 성범죄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같은 아파트에는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아이가 살고 있다. A를 보는 즉시"쳐다보지 말고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는 아이의 엄마. 또다시 이불에 오줌을 싼 아이는 소금을 받아오라는 형벌을 받고 아파트를 헤매고 다니지만 결국 소금을 얻지못하고 결국 A의 집 초인종을 누르게 된다. ▲그녀의 무게 = 개막작 상영 당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작품. 「세친구」,「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은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유머스러우면서도 날카롭게 꼬집어낸다. 여상고 졸업반인 선경은 외모에 자신이 없는 학생. 선생님들은 "취업하려면 살을 빼라" 다그치고 선경은 성형수술이나 단식 등으로 외모가 달라진 아이들이 부러울 뿐이다. 수술을 시켜주던가 단식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엄마에게 졸라보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 딸이 뭐가 어때서" 정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서기도 하지만 날씬하고 예쁜 아이들에 밀려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다. ▲얼굴값 = 박광수 감독은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얼굴값 한다"는 말 속에서 찾아본다. 병원 장례식장의 주차장. 요금을 지불하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남자는 매표 창구에서 일하는 여자와 사소한 시비가 붙는다. 시비의 발단은 여자의외모가 주차장에서 일하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남자의 편견때문. "얼굴도 예쁘게 생겨가지고 그러면 안되지. 인물값 하는 건가?"(남자) "쿨하게생긴게 말은 재수없게 하네"(여자) 주차장을 빠져나온 남자는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여자의 사진을 발견하는데… ▲신비한 영어나라 =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이 아동 인권 문제를 일부부유층에서 유행한다는 '설소대 수술'을 통해 고발한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유치원생 종우. 부모들은 종우의 영어 발음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아이에게 설소대 수술을 시키기로 한다. 혀 모양을 바꾸는 수술을 통해 종우가 얻는 것은 'R'과 'L'발음의 향상. 인형 옷을 입은 간호사에 만화영화, 탑블레이드 팽이 선물까지 동원해 종우를수술대에 앉힌 엄마. 종우는 싫다고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수술은 시작된다.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 네팔 출신으로 한국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찬드라.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그녀는 친구와 싸운 어느날 길거리를 헤매다 공장 근처 식당에서 라면을 시켜먹는다. 돈을 잃어버린 사실을 모르고 있던 그녀를 주인은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외모는 한국사람 같지만 한국말을 잘 못하는 찬드라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이후 정신병원에 갖혀 약물치료를 받던 찬드라는 6년 4개월이 지나서야 병원을벗어나 고국으로 돌아간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의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주=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