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이 서양화가 김성룡ㆍ원혜연 씨 작품으로 `내면의 초상'전을 개최한다. 오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계속될 이번 기획전에는 `사랑' `미혹' 등 50여 점이 출품된다. 이들 작품은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고독을 그로테스크하게 끌어내고 있다. 원씨는 1호짜리 붓으로 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다시 새로운 그림을 얹어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를테면 지우면서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 작가는 "내 그림을 엑스레이로 찍으면 수많은 형상이 겹쳐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성을 분별하기 힘든 인물이 괴기스럽게 그려져 있다. 팔과 다리없이 얼굴만 있기 마련인데, 보기에 따라 꿈속의 모습같기도 하고 수도사의 그것같기도 하다. 김씨는 절제된 색상과 반복된 선으로 인간 내면을 파고든다. 볼펜의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한 다음 파스텔, 색연필, 물감 등으로 후속작업을 해가는 것. 작품 주인공은 대개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다. 교복 차림의 학생은 섬뜩하리만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본다. 세상을 향한 비열하고 공포스런 눈빛은 다름 아닌 감상자를 응시한다. ☎736-4371.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