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빌 비올라전이 미술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비디오 아트시장에서 관객 동원과 판매 면에서 '대성공'을 거둬 비디오 아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어서다. 비디오 아트 1세대인 빌 비올라는 세계 비디오 아트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비올라의 개인전.그 명성 때문인지 빌 비올라전에는 연일 수백명의 관객이 몰리고 있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대표는 "입장료를 받는데도 평일에는 2백∼3백명,주말에는 하루 5백여명이 전시장을 찾는다"고 밝혔다. 비올라전은 작품 판매 면에서도 올들어 국내 화랑에서 열린 기획전시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비올라의 작품가격은 지난해 1백20만달러선에 판매된 나우만과 게리 힐에 이어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이번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인 싱글채널(모니터 1개로 제작된 비디오)의 경우 1억5천만원에서 4억원대 수준인데도 설치작인 '베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비디오 작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은 점이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디오 아트 전시는 국내에서 회화 사진에 이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장르.특히 실험적인 전시장에서 열리는 개인·기획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비중이 크다. 하지만 비디오 아트의 판매는 환경조형물처럼 제작된 비디오 설치작을 제외하곤 전무할 정도로 컬렉터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빌 비올라전은 비디오 아트도 상품성이 검증된 작가의 경우 '수요'가 보장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