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미지를 이용한 이색적인 표현방식으로 현대미술의 흐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출신의 더그 스탄과 마이크 스탄(42) 형제가 17-30일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쌍둥이인 두 형제는 20대 초부터 사진, 회화, 설치, 조명을 혼합한 방법으로 작품을 제작해왔다. '빛의 흡수' 제목의 이번 전시는 '사고의 체계(Structure of Thought)' '블랙 펄스(Black Pulse)' '빛의 매혹(Attracted to Light)' '교키(Gyoki)'등 네 가지 소주제로 구성된다. 출품작은 대부분 2000년 이후 최근까지 만든 것들이다. 이들은 8년만에 이 화랑에서 전시회를 다시 열어 그동안의 예술적 변화를 읽게 한다. 형제는 사진을 오리고 재조합하거나 투명필름에 색조와 해상도를 감소시키며 이미지를 인쇄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업한다. 중세 서구세계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미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이 찍은 태양 영상과 중첩시켜 기계문명의 경이와 위기를 동시에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출품작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범신론적 시상(詩想)이 담긴 이미지들로 자연의 순환법칙과 우주의 진리를 암시한다. 입체와 설치 표현이 줄어드는 대신 사진의 요소가 강화된 것이 예전과 다르다고 갤러리측은 설명한다. 작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프린트 기법을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빛에 대한 새로운 직관과 사유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고의 체계'의 경우 수많은 가지로 어지러운 나무를 실루엣 처리함으로써 어둠과 빛의 극적 대비를 보여준다. 안팎의 두 이미지를 통해 빛의 모순성을 함축하는데, 작업은 사진촬영 이미지가 컴퓨터를 통해 한지 등에 프린트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블랙 펄스'는 나뭇잎을 디지털 이미지로 바꾼 뒤 백보드에 붙인 것. 바스러질 듯한 영상 오브제는 두 작가의 사유세계를 엿보게 한다. 그리고 나무의 혈관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잎맥은 인간의 심장과 폐의 해부도를 연상시킨다. '빛의 매혹'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나방의 삶을 형상화했다. 은감광체로 덮인 수제 종이를 암실에서 미세한 파편으로 씻어낸 다음 나방 날개를 새롭게 이미지화했다. 이들이 일본 교키(行基) 스님의 이미지를 아날로그 프린트 작업에 끌어들인 점도 이채롭다. 백제계인 교키 스님은 나라(奈良) 시대에 도다이지(東大寺)를 건축하는 데 앞장서 대승정으로 임명됐던 인물. 작가는 일본 불교계가 목조불상을 만들어 보살로 숭앙하는 이 스님이 한국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544-8481.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