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컬렉션으로 첫 출범한 "2003/2004 추동 서울컬렉션위크"가 3월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군복을 연상시키는 밀리터리룩과 60년대부터 80년대를 넘나드는 복고풍이 대세를 이뤘다.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은 아프가니스탄의 폐허(진태옥)에서 런던 뒷골목(이경원)까지 곳곳을 누볐다. 스페인 플라맹고(신장경),이글루(김동순),중국화(박윤경),한국 자개농(우영미)처럼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얻어진 에스닉(민속풍) 디테일도 두드러졌다. 정상급부터 신예까지 53명의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올 가을 겨울 유행 경향을 정리한다. #'소프트 밀리터리룩'을 주목하라 이번 무대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흐름은 밀리터리룩이었다. 군복에서 모티브를 얻되 딱딱한 분위기를 덜고 부드럽게 풀어낸 디자인이 많았다. 바지 옆단에 주름을 잡거나 광택있는 새틴 소재를 사용해 여성스러움을 살리기도 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허벅지 부근에 큼직한 사각 주머니를 단 카고팬츠를 무대에 올렸다. 발목과 종아리 사이에 닿는 길이가 주를 이뤘고 끝단을 밴드나 고무줄로 조인 스타일도 나왔다. 지춘희씨나 양성숙씨의 경우 원피스나 코트에 커다란 사각 포켓을 달기도 했다. 정욱준씨는 망토나 군용 재킷을 응용한 코트나 재킷류를 내놓았다. 우영미씨는 견장 대신 봉황자수를 놓는 등의 기법으로 '오리엔탈 밀리터리룩'을 제시했다. #백 투 더 패스트 복고의 힘은 '미니'의 열풍에서 절정을 이뤘다. 무릎 위로 껑충 올라간 미니스커트와 핫팬츠가 대거 등장했다. '계절파괴(seasonless)'가 패션의 대세로 자리잡은 것과도 맞물린 듯하다. 이상봉씨는 "긴 다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겠다"는 말로 초미니의 부각을 예고했다. 박윤정씨의 경우 히프 아래 살집을 드러내는 과감한 팬츠를 다수 선보였다. 박지원씨는 골드 뷔스티에(브래지어 형태의 톱)에 엉덩이를 간신히 가리는 길이의 골드 미니스커트 등으로 섹시함을 강조했다. 커진 칼라나 커다란 꽃무늬,80년대 파워수트를 응용한 풍성한 재킷에서도 복고풍이 뚜렷했다. #컬러와 함께 춤을 불안한 세계 정세나 경기위축으로 인해 우울해진 분위기를 떨쳐내려는 듯 디자이너들은 유난히 다채로운 무대를 꾸몄다. '모노톤'의 대명사격이던 진태옥씨는 블랙이나 화이트 대신 온갖 색깔을 활용,'컬러의 향연'을 펼쳤다. 빨간 가죽바지에 빨간 여우털 코트로 쇼를 시작한 박윤수씨의 무대는 '붉은 물결'이라 할 만큼 붉은색이 두드러졌다. 레드컬러나 샴페인골드도 포인트 색상으로 많이 쓰였다. 신장경 손정완 이경원씨는 레몬옐로,쇼킹 핑크,멜론 브라운,로열 블루,스카이블루 등 밝고 화사한 색깔로 눈을 즐겁게 했다. 이정은씨 무대에는 형광컬러까지 등장했다. 이영희씨 작품은 먹자주,쪽빛 등 한국적 맛이 물씬한 색감이 돋보였다. #믹스 앤드 매치 이질적인 소재나 색상을 섞어 입고 어울려 입는 '믹스 앤드 매치'가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진태옥)는 말이 그 흐름을 대변한다. 펠트 니트 가죽 모피 등 갖가지 소재가 한 작품에 한꺼번에 등장했다. 루비나씨는 시폰과 데님 가죽 등을 한 옷에 매치해 멋스러움을 살렸고 손정완씨는 밍크에 레이스를 덧대기도 했다. 홍승완씨는 7부에 9부 팬츠,스커트와 바지,조끼와 니트 등 다양한 아이템을 함께 입혀 옷입는 재미를 보여줬다. 박윤정씨는 원피스 위쪽에만 가죽을 덧대는 등 부분부분 다른 소재를 활용해 조화를 이뤄냈다. #눈길 사로잡은 기타 아이템 운동화처럼 구멍을 끈으로 연결해 조이는 장식이 대거 선보였다. 스포티한 블루종도 인기 아이템.허리부분을 고무단으로 조이는 스타일이 많이 보였다. 무릎 위로 끈을 감아올리는 스트랩 슈즈,펠트나 모피를 이용한 커다란 가방,화려한 장식이 달린 부츠,색색의 스타킹도 눈길을 끄는 액세서리였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