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될 「와사비:레옹 파트 2」의 제목에서 고독한 킬러와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느와르 「레옹」의 비장한 분위기를 떠올릴 사람이 많겠다. 당시 감독 뤽 베송이 제작자로 나선 데다가 타이틀롤을 맡았던 장 르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했던 마틸다의 자리에는 일본의 신성(新星)히로스에 료코가 들어왔다. 제작진 명단에 뤽 베송과 단짝으로 활동해온 음악감독에 릭 세라의 이름도 보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내용이나 분위기에서 「레옹」과 전혀 연관이 없는 코믹 액션이다. 원제도 고추냉이로 만든 일본식 양념을 뜻하는 「와사비(Wasabi)」. 수입사가 「레옹」의 후광을 기대하며 제목에 `레옹2'란 말을 끼워넣으며 원제는 포스터나 전단에 엷은 색깔의 작은 글씨로 달아놓았다. 파리의 강력계 형사 위베르(장 르노)는 「다이 하드」의 매클레인 형사(브루스윌리스)처럼 유능하면서도 다혈질이어서 늘 말썽을 빚는 인물. 어느날 게이 바에서 범인을 체포해나오다가 훼방꾼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데 그가 바로 경찰서장 아들일 줄이야. 사과하러 꽃다발을 들고 병원에 찾아간 위베르는 오히려 일을 더 꼬이게 만들어 2개월 정직을 통고받는다. 뜻하지 않게 휴가가 생긴 위베르에게 일본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19년 전 사랑을 나눴던 여인 미코가 심장마비로 숨졌으니 유품을 찾아가라는 것이다. 곧바로 도쿄로 날아간 위베르는 미코와 자신과의 사랑의 결실인 소녀 유미(히로스에 료코)를 만난다. 미코의 죽음을 조사하던 위베르는 미코가 야쿠자와 경찰 정보원을 넘나드는 이중 스파이였으며 거액의 유산을 남겼음을 알게 된다. 위베르는 현지 요원 모모(미셸 뮐러)와 함께 야쿠자의 위협으로부터 유리와 거액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활약을 펼친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택시2」와 「택시3」를 연출하며 뤽 베송의 후계자로 꼽히는 제라르 크라브지크. 프랑스의 영웅이 동양의 신세대 스타와 짝을 이뤄 이국적인 풍광을 무대로 한바탕 활극을 펼친다는 이야기가 유럽 관객에게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장 르노는 「비지터」 등을 통해 과묵한 연기 못지않게 코믹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레옹'의 이미지를 겹쳐놓으려는 영화사의 전략이 오히려 방해가 된 탓일까. 「비밀」과 「철도원」에서 깜찍하면서도 속이 꽉찬 매력을 보여준 히로스에 료코가 호화 쇼핑을 즐기는 철부지로 그려진 것도 실망스럽다. 간간이 비쳐지는 일본의 풍습과 전통도 단편적으로만 묘사된다. 아직도 서양 감독들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태국을 찾은 에마누엘 부인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