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8대 종정을 지낸 종단 최고 어른의 한명인 서암(西庵) 스님이 29일 오전 7시 50분께 경북 문경 봉암사 염화실에서 입적했다.세수 87세. 법랍 68년. 스님은 1917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6세에 경북 예천 서악사에서 출가했으며 19세에 경북 문경 김룡사에서 화산 스님을 은사로 계(戒)를 받았고 2년 뒤 김룡사에서 금오선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 '서암'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스님은 20대 초반 일본에서 유학했으나 폐결핵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귀국한 뒤 전국 선원에서 오로지 정진에만 몰두, 조계종의 '대표 수좌'로 불렸다. 20대 후반 대승사 바위굴에서 성철, 청담 스님 등 선승들과 함께 수행했으며 32세(1948년)에 지리산 칠불암에서 스승인 금오 스님을 모시고 '공부하다 죽어도 좋다'는 서약서를 쓰고 결사정진하는 등 칼날같은 용맹정진의 일화를 여럿 남겼다. 59세(1975년)에 10대 총무원장을 역임, 종단의 어려움을 수습했으며 4년 뒤 봉암사 조실이 돼 '봉암 결사' 이후 낙후돼 있던 가람을 중창, 조계종 종립선원으로 제정해 승풍을 다시 세웠다. 75세(1991년)에 원로회의 의장을 맡아 성철스님을 종정으로 재추대했으며 2년뒤 전국 수좌들의 지지로 8대 종정으로 추대됐다. 종정으로 재직하던 1994년 '종단 분규'의 와중에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가 이듬해 종정직을 사임한데 이어 종단에서 탄핵되는 등 오점을 남겼다. 스님 스스로도 참회의사로 '탈종'(脫宗)을 선언한 뒤 태백산 자락에 무위정사(無爲精舍)라는 토굴을 짓고 7년여 은둔생활을 했으나 봉암사 대중들의 요청으로 85세(2001년) 봉암사 염화실로 돌아갔다. 스님은 열반에 앞서 제자들이 열반송을 간청했으나 "나는 그런 거 없다. 할 말 없다. 달리 할 말이 없다. 정 누가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라고만 했다. 스님의 영결식은 다음달 2일 오전 11시 봉암사에서 봉행된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