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해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여름 피서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단 하나. 길쭉한 다리에 살이 꽉 차 오른 대게를 찾아 온 그야말로 "게 맛"을 알기 위해서이다. 이 대게의 주요산지는 가운데 하나로 유명한 곳이 울진.주말 울진으로 떠나는 여행은 게 맛뿐만 아니라 역사와 청정한 자연의 향을 챙기러 가는 길이 되어 준다. 새벽을 넘긴 울진군 죽변면의 죽변항.이미 수많은 배들이 들어와 문어며 우럭,도다리 따위를 부려 놓았지만 사람들은 수산물 공판장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울진의 특산물 대게를 가득 실은 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폰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즈음 바다 저 편에서 항구를 향해 머리를 튼 배 한 척. 공판장 곳곳에 있던 사람들은 금방 검은 바탕에 흰 숫자가 쓰여진 경매용 모자를 쓰고 모여든다. 이윽고 도착한 배의 수조가 열리면 가득 피어오른 새하얀 게거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치 합성세제를 풀어놓은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그 거품을 보고 이미 어민들은 제법 실한 것들이 많이 잡혔다고 가늠하기 시작했다. 일단 어창에서 공판장으로 옮겨진 게들은 응찰자들을 위해 공시(公示)된다. 보통의 어종들이 고무대야 등에 담겨서 공시되는 것과는 달리 대게는 한 마리 한 마리 땅에 진열해 놓는 식이다. 4열 5행으로 모두 20마리씩 한 분대를 만들어 사열하듯 늘어놓는 것.게다가 반드시 뒤집어서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기어가 바다로 쏙 들어가는 탓이라고 한다. 타지에서 온 이들은 하나같이 자라처럼 뒤집혀져 집게발을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측은하는 표정이다가 또 한편으로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띄운다. 이 날 잡힌 게들은 모두 10분대가 조금 넘는 대충 2백여 마리가 넘는 정도.꽤 많이 잡힌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울진군의 남항인 후포항 근처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김장찬씨는 손을 내젓는다. 요즘처럼 대게가 안될 때가 없다는 얘기. "원래 대게를 잡으러 어부들은 일본 근해까지 나갔었다.그 때는 많으면 한 번에 2천 마리까지 들여오기도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돌아오는 길에 파도가 좀 거세어진다 싶으면 배가 가라앉을 까봐 게를 조금씩 버리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놈의' 어업협정 때문에 이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겨우 울진에서 1시간 30여 분정도 배를 타고 나가서 예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양을 건진다는 것이다. 공급이 적으니 가격은 덩달아 뛰어오르고 한정된 양을 잡다보니 대게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작은 것들만 잡히는 것이 요즘 대게잡이의 현주소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대게가 유명해 질대로 유명해 져 대게를 맛보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한 후였다. 궁여지책으로 러시아와 북한에서 수입한 대게들이 주산지인 울진을 비롯 동해안 곳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아이러니가 연출되었다. 원산지표기가 되어 있지만 벌써 생김부터 틀리다는 것이 이 곳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커다란 쟁반 하나를 다 덮을 만큼 큰 데다가 껍질에 따개비들이 많이 붙어 있다는 것.울진대게만큼 늘씬하고 고운 "피부"를 가진 대게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한다. 대게는 보통 찜통에 쪄 먹는 것이 가장 흔하지만 아침 해장거리로 대게탕도 그만이다. 11월에서부터 슬슬 시작해 다음해 5월까지가 제철.시기가 지나면 점점 살이 빠지기 시작하고 가장 맛이 좋을 때는 요즘 같은 3,4월이다. 이 때를 맞춰 3월 중순 즈음 울진에서는 매년 대게 축제가 열려왔다. 물론 울진대게라는 말보다는 영덕대게라는 말이 세간에는 더 익숙하게 통한다. 이 얘기가 나오면 울진 사람들은 할 말이 많다. 원래 울진이 대게의 주산지였지만 인근에서 가장 큰 장이 서는 곳은 영덕이었다. 자연 잡아 올린 게들을 몽땅 들고 영덕으로 갔다. 영덕은 주산지라기 보다는 집산지인 셈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게의 고장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울진사람들의 "대게 찾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이 대게 축제는 올해는 4월 11일부터 시작된다. 죽변항과 후포항에는 수협이 운영하는 공판장과 회 센타가 있는데 이 곳에서 싱싱한 대게를 직접 골라 쪄 먹을 수 있다. 글=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