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느냐"라는 질문을 개인적으로 받으면 여러가지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늘어놓게 된다. 그런데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기업에 하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기업에 대한 긍정적 시각에서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도움에 된다고 본다. 사회내의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기업이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 배분할 수 있고 그 가치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사회의 경제수준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론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인 정부 가계 학교 등과 달리 기업은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인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창출하는 이윤을 사회에 내놓지 않고 그대로 기업 안에 축적시키면서 거대한 힘을 형성한다. 이렇게 축적한 힘으로 기업이 다른 집단을 지배하려는 현상이 나타나 환경, 소비자, 노동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며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한 로버트 라이시는 그의 책 '미래를 위한 약속'(김영사, 2003)에서 엔론의 비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기업이 단순한 이윤추구를 넘어 종업원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변화 속에서 최근 나타난 기업경영의 화두가 윤리경영이다. 윤리경영은 기업에서의 의사결정이 경제원칙만을 기초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판단을 토대로 법이나 정부 규제 수준 이상으로 공정하고 정당하게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윤리경영은 기업의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을까. 그 실제 사례들을 지난 90년에서 지난해까지 '경제정의 기업상'을 받은 기업에 대해 연구한 결과인 '윤리경영이 경쟁력이다'(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엮음, 예영커뮤니케이션, 2002)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첫 사례가 동화약품이다. 일반적으로 30년이 기업 수명이라고 말하는데 비해 동화약품은 구한말 설립되어 같은 장소(서울 순화동) 같은 상호(동화약품공업) 같은 제품(활명수)을 1백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책은 동화약품의 장수 비결을 기업정신에서 찾고 있다. "동화는 좋은 약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봉사하고 그 효험을 본 정당한 대가로 경영되는 회사이다. 동화는 정도를 밟고 원리, 원칙에 의하여 경영되는 회사이다. 동화는 젊어서 정당하게 땀흘려 일하고 노후에 잘 살아 보려는 동화식구의 회사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중시하는 동화정신이 1백년 넘게 존속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영화 '고질라'에까지 우연히 등장하는 동원 참치캔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 82년 생산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25억캔 넘게 팔린 동원 참치캔의 시장 점유율은 70%. 이런 신화를 창조한 동원산업의 창업주 김재철 회장은 지난 90년 동원산업의 주식 59만주를 장남에게 넘기면서 단일세액으로는 사상 최다인 62억3천8백만원을 증여세로 자진 납세했다. 공식 절차를 거친 대규모 증여에 놀란 국세청이 주식 위장분산이 없는지 내사했지만 깨끗했다고 한다.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한다. 기업인은 흑자를 많이 내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또한 고용창출과 주주배당도 해야 한다'는 평소 주장을 실천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가정을 한 번 해보자. 아리스토텔레스라면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어떻게 성공을 이끌어 낼 것인가. 그 답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제너럴 모터스를 경영한다면'(톰 모리스 지음, 예문, 2001)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라면 비즈니스를, 사람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며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관계와 활동의 구조를 만들고 품위있게 다듬는 예술로 볼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만일 아리스토텔레스가 제너럴 모터스를 경영한다면 그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한 삶이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수많은 소규모의 파트너십을 포용하는 하나의 거대한 파트너십으로 자기 회사를 생각할 것이다. 또 하나, 동반자적 관계를 중시하는 경영자의 윤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영자의 '상도'이다. 소설 '상도(商道)'(최인호 지음, 여백미디어, 2000)에서는 2백년 전에 실재했던 무역왕 임상옥의 정신을 이야기한다. 임상옥은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란 유언을 남겼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뜻이다. 평등하여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비극을 맞을 것이며,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논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윤리 경영은 결국 경영자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서진영 ( 자의누리 대표.경영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