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8년째를 맞은 중견작가 신경숙씨가 다섯번째 소설집 '종소리'(문학동네,8천5백원)를 내놨다. 표제작 '종소리'를 비롯 '혼자 간 사람''우물을 들여다 보다' 등 모두 6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이번에 발표된 소설들은 모든 인간적·사회적 유대관계로부터 고립된 개인 또는 고독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어떠한 끈도 갖고 있지 못해 고독하다. 그들 대부분은 집이 아닌 방에서 혼자 산다. '빈방' 또는 '외딴 방'에서 절대고독을 견디며 살아가는 존재들을 통해 작가의 관심사가 현존재의 고독에 대한 미학적 성찰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곁에 꼭 당신이 있어야만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당신 곁에 꼭 내가 있어야만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도 아이들 데리고 목욕탕에도 다니고 일요일이면 피크닉도 다녀라,그렇게 말해주고 떠났으면 싶었다.'('종소리'중) 그의 소설들이 고독한 존재들이 겪는 극단적인 상실감을 표현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만 작가의 궁극적 관심사는 상호간 유대감과 친밀성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 맞춰져 있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등 돌린 타자들끼리의 새로운 관계망을 언어로 형성해보려는 여정'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작가는 '어머니 되기'를 제시한다. 어머니의 입장이 돼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는 것만이 관계의 단절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며 보다 의미있는 공동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는 단순히 타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것 정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죽음과 같은 극한상황에서만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사람만의 특성이나 고유함을 온전히 읽어내고 이를 자기화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록된 작품중 '혼자 간 사람'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 채영주에 대한 헌사이다. 이 작품은 대중적 열광속에 잠재된 자기기만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존재론적 고독을 진지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집속의 다른 작품과 구분된다. 작가는 작품후기를 통해 "내게 소설쓰기란 종내엔 어머니 마음 가장 가까이 가기일 것이다.금간 것들,결별한 것들,아름답지 못한 것들,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들,소멸의 운명에 처해 있는 것들,한쪽으로 쏠린 눈을 가진 남루한 것들을 포용한 야성적인 어머니 되기.볼품없는 것들이 오히려 빛이 났기에 나는 소설쓰기에 매혹당했다"고 말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