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으로 격상된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차기 후보로 자천타천 여러 명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고고학회(회장 이백규)가 관장내정설이 파다한 미술사학자 유홍준 명지대 교수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입장을 선언했다. 고고학회는 지난달 28일 개최된 2003년도 1차 평의원회에서 "새로 임명될 국립박물관장의 올바른 선임을 촉구하는 의견을 관계자들에게 알리기로 결의"하는 한편'새 국립박물관장의 올바른 선임을 기대하며'라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이달 4일자로 학회 공식 홈페이지(http://www.kras.or.kr)에 공개된 이 글에서고고학회는 국립박물관장 직급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킨 대목을 크게 환영한다고 전제하면서 차기 관장 인선을 둘러싼 소문과 전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우리에게 들려오는 여러 가지 소문과 전언은 국립박물관과 문화재정책의 앞날에 대해 크나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면서 "국립박물관장직은 대한민국 정부나 문화계의 '얼굴마담'에 불과한 자리가 아닌데도 적지 않은이들이 그럴싸한 허명이나 외양만을 내세워 맡기를 희망한다고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나아가 학회는 "국립박물관장직은 그런 이가 감당은커녕 그 내용조차 미처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하고도 어려운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요구되는 직책"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또 새용산박물관 개관과 같은 "과제는 국립박물관 특성상 관장의 사회적지명도나 정치력 따위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다양한 전공자로 구성된 학예직의 인적 조화에 이르기까지 외부에서는 잘 알지 못하고 알기도 어려운 복잡다단한모든 문제에 대해 꿰뚫고 있어야 비로소 원활히 풀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회는 차기 관장은 "그에 걸맞게 가장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견해는 결국 박물관 출신이 아니면서, 대중적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차기 관장직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유홍준 교수를 반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