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황토빛깔의 단색이 주조를 이루는 바탕에 자연의 나무나 꽃들의 이미지가 가미된 화면은 외부의 풍경을 "재현"한 게 아니라 마음속의 풍경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장식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으면서도 간결함과 두터운 마티에르가 두드러진다. 3월 5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서양화가 서향화(44)씨의 작품은 "만들기"와 "그리기"가 결합된 그림이다. 그의 "자연이야기"시리즈는 판재를 오려 붙여 밑바탕을 완성한 후 그 위에 석채 아크릴을 혼합해 덧칠한 작업이다. 여러 겹을 덧칠함에 따라 잔영과 부조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조형미는 붓질보다 가위질에 의해 드러난다. 천 조각을 자유자재로 가위질하고 화면에 여러번 콜라쥬하는 유희적인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 "자연이야기"시리즈는 이전의 작품에 비해 형태가 간결해지고 화면에서 배어나는 중후함이 강하다. 형상도 사람에서 자연의 이미지로 바뀌었지만 작가의 내면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3월 25일까지. (02)734-0458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