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있는 여성주의자들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가부장적이고 군사적인 대외정책을 주요 공격 포인트로 삼아야 합니다" 저명한 여성학자인 신시아 인로 교수(Cynthia Enloe.미국 클라크대 여성학과 교수.정치학 박사)가 방한, 24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공개특강을 가졌다. 클라크대 여성학과의 설립자인 그는 여성학 안에서도 국제정치.군사주의, 군수산업 등의 시스템이 여성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 등에 주목해온 '군사주의.젠더(gender) 정치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폭로한 권인숙씨(미국 사우스플로리다주립대 교수)와 한국 기지촌에서 일어난 매매춘의 국제정치학을 다룬「동맹속의 섹스」의 저자인 캐시 문의 지도교수로 유명하다. 이번 방한은 올들어 일본에 머물러온 인로 교수가 한국 페미니스트들과의 만남을 원해 이뤄졌다. 특강의 주제는 '국가안보에 대한 여성주의적 감수성 만들기 : 여성, 남성성, 군사주의'이다. 다음은 특강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의 일문일답. -- 한국 방문 소감은.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20여년간 간접적으로 한국의 여성주의자들과 함께 일하긴 했지만 직접 와서 만나기는 처음이며, 직접 운동을 한 적도 없어 부끄럽다. -- 대학 때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여성학을 가르치는 배경은. ▲1960년대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할 때를 회고하면 여성주의 의식이 매우 없어, 여성정치학이나 여성 권리의 회복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1974년 이후 클라크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들이 왜 여성학 강좌가 없느냐며 나를 비롯한 교수들에게 관련 강좌를 개설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그들의 뜻에 따라 여성학과 여성정치학을 가르치게 됐다. 학생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여성주의 운동가들과 함께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제자인 권인숙씨를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되고 여성운동을 함께했다. 여성운동을 하기 전 무의식 상태였지만 보고 배워서 깨우쳤다. 또 1970-80년대에 여성주의 잡지인 '미즈'를 보면서 많이 깨우치고 눈을 뜨게 됐다. -- 당신의 여성학 이론을 설명해 달라. ▲나는 20여년간 비교여성정치학을 가르쳐왔다. 특히 이집트의 1900년대초 페미니스트운동을 가르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학생들은 이집트와 페미니스트가 어울리지 않아 놀라면서도 흥미를 갖는다. 의식있는 이집트 여성들은 반식민민족주의 운동에서 페미니스트운동으로 나아가게 됐다. 제3세계 국가의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독립운동을 하면서 여성의식을 싹틔웠다.페미니스트 의식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부모와 가족, 학교, 남성 등과의 경험에 기반해 생기고 바뀐다. 이집트 여성운동가들은 1922년 새로운 헌법에 여성의 투표권이 배제되자 분노하고 더이상 민족주의자만이 아닌 페미니스트로 나아갔다. -- 여성학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여성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정치적인 행위이다. 어느 나라에서 가르치느냐에 따라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경우 학생들이 갖고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전제를 교란시키는 것이 나의 교수법이다. -- 부시 행정부의 호전적 군사주의에 대한 생각은. ▲우선 부시 행정부의 군사주의에 대해 사과한다. 미국민도 이 정책에 확신을 잃고 있다. 사령관으로서의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전부가 되었다. 대통령직이 왜곡된 것이다. 미국의 정치문화가 대통령직을 가부장적이고 군사적으로 만들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기를 공격해야 한다. --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페미니스트들은 부시 행정부의 호전성이 단지 9.11 사건의 여파인가, 아니면 미국 정치문화에 내재한 다른 이유가 있는가 연구하고 있다. 내 육감으로는 9.11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미국의 대통령직은 가부장적이고 군사통치권자라는 대중적 인식과 맞물려 있는 것이 호전성의 원인이라고 본다. 유엔이지난 15년간 보여준 여성화 경향과 미국에 대한 간섭 등도 미국 우파의 반발을 낳은한 작은 원인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