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면회화로 유명한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명상의 세계로 이끌린다. 직사각형이 수직 또는 수평으로 배열된 색면추상에는 물질주의가 팽배한 현대에서 느끼는 인간의 갈등을 회화를 통해 극복하고 영원성에 도달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로스코는 67세의 나이인 1970년 뉴욕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자살했다. 오는 28일부터 호암갤러리에서 개막되는 '마인드 스페이스(mind space)'전은 회화 본연의 '내면적 성찰'을 통해 명상과 사색을 경험하는 기획전이다. 현대 미술에서 잘 다루지 않는 정신의 문제인 '마음'에 초점을 맞췄다. 마크 로스코,제임스 터렐 등 세계적인 작가와 해외 비엔날레에서 주목받고 있는 라니 마에스트로,리 밍웨이,애니시 카푸어 등 작가 8명의 회화 조각 비디오작품들이 출품된다. 국내 작가로는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중인 김수자와 한국 전통가옥에서 독특한 공간을 연출하는 우순옥이 참여한다. 미국 작가인 제임스 터렐(60)은 조명기구를 이용한 빛으로 관람객들을 묵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설치작 '기다림'을 선보인다. 로스코는 '네 개의 붉은 색' 등 19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 작품들이 소개된다. 카푸어(49)는 인도 태생의 조각가로 91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한 작가. 출품작 '나의 몸,당신의 몸'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텅 빈 신체의 임신'이라는 반어적인 표현으로 보여주는 조각작품이다. 독일 작가 볼프강 라이프(53)는 2? 분량의 천연 밀랍으로 만든 '생명의 방'을 보여준다. 필리핀 태생의 마에스트로(46)는 무명천으로 제작한 모기장을 출품한다. 이는 어린 시절 요람(cradle)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리 밍웨이(39)는 대만 태생으로 98년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선보인 '저녁식사 프로젝트'로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작가다. 말로 전할 수 없었던 마음을 편지로 전달하는 관객참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김수자는 이국땅의 인파들 사이에서 바느질하듯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행위를 비디오로 소개한다. 우순옥은 백자항아리나 어머니의 배처럼 둥글고 순결한 벽을 만들어 관객들이 위안받을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한다. 5월18일까지.매일 오전 11시,오후 2시,4시 하루 세차례 전시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02)771-238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