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이 올해 첫 테마경매로 오는 27일 개최하는 '우리의 얼과 발자취'전에는 역대 대통령의 휘호와 서간들이 나란히 출품된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 1월1일에 썼던 '자조정신'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호연지기(浩然之氣)',김대중 대통령의 '응천순민(應天順民)' 등이 경매에 나온 것.대통령들의 휘호는 역사적인 가치는 있지만 작품성이 떨어져 낙찰가가 5백만원을 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휘호는 예외다. 2년 전부터 박 대통령의 휘호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2000년 경매에 나온 1971년작 '농림수산 집중개발'은 추정가가 3백만∼5백만원이었는데 5백9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경매에 출품된 '경제개발의 내외자 뒷받침에 힘쓰자'라는 휘호는 추정가가 6백만∼1천만원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는 1천8백만원까지 치솟았다. 박 대통령의 휘호는 2년 전만 해도 3백만∼5백만원선에서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에 가격이 3∼4배나 뛴 셈이다. 이에 대해 이학준 서울옥션 상무는 "영남지역에 박 대통령의 휘호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설명한다. 수요층이 형성되면서 박 대통령의 휘호는 역대 지도자의 휘호 중 최고가로 거래되는 김구 선생의 휘호를 뛰어넘었다. 김구 선생의 휘호는 보통 1천만원선에서 거래된다. 지난달 서울옥션이 실시한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친서는 온라인 경매에서 거래된 근·현대 서간류로는 최고가격인 3백33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를 감안,서울옥션측은 이번에 출품된 '자조정신'의 추정가를 1천5백만∼2천5백만원으로 높였다. 박 대통령의 휘호는 글씨가 쉬워 위작이 많은 편이다. 이 상무는 "시중에 거래되는 박 대통령 휘호의 90%는 가짜"라며 "때문에 경매에 나오는 휘호의 소장 경위를 파악하는 등 작품 감정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