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은 TV를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여기고 있으나 유권자의 투표와 직접 연결될 가능성은 신문과 인터넷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이사장 박기정)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3∼18일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행태와 의식 등을 조사한 결과 TV가 이용시간, 신뢰도, 평가, 영향력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의견표명 예측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신문과 인터넷 이용도만이 유의미한 연관성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사회학적 변인, 여론 분위기, 다른 미디어 이용도를 동시에 통제했을 경우 회귀계수는 신문(0.153), 인터넷(0.099) TV(0.074), 라디오(-0.006) 등의 순이었다. 책임연구를 맡은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유권자가 TV를 선거 정보의 가장 중요한 매체로 이용하고 있으나 유권자의 선거과정 참여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신문과 인터넷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면서 "미디어 정치가 참여의 정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TV, 신문, 인터넷이 상대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대상자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TV 167.7분, 인터넷 74.9분, 라디오 59.5분, 신문 40.5분으로 집계됐다. TV 이용량은 여성에서,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많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신문, TV, 라디오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인터넷의 경우 `보수'라고 응답한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 조사에서는 신문과 TV의 이용도만 물었는데 TV는 7.6분(4.7%) 늘어난 반면 신문은 10.8분(21.1%)이나 줄어들었다. 응답자들이 신문의 선거관련 기사 가운데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후보자의 정책공약'(37.6%)이었으며 `후보자의 개인사항'(27.4%), `후보자간 선거 쟁점에 대한 공방'(7.4%), `선거 판세에 대한 내용'(5.8%), `후보자 선거 유세에 대한 내용'(4.6%) 등이 뒤를 이었다. 97년에는 `후보자의 개인사항'(31.8%)이 `후보자의 정책공약'(29.5%)을 앞질렀다. TV 프로그램 가운데서는 저녁 뉴스, 후보 연설, 시사토론, 아침 뉴스, 정치 광고 등의 순으로 시청 정도가 높았다.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도는 포털, 중앙언론사, 온라인뉴스, 시민단체, 정치인후원회, 정부부처 등의 순이었다. 정치 사안에 대한 뉴스 정보원으로서 신뢰도를 5점 척도로 물은 결과 TV(3.80), 신문(3.54), 라디오(3.08), 인터넷(2.9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97년 조사와 비교하면 TV와 신문의 신뢰도가 소폭 상승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 역시 97년보다 높아졌다. 반면에 신문과 TV의 보도에 대해서는 97년보다 인색한 평가를 내렸는데 사실성, 객관성, 형평성, 공정성, 다양성 등 9가지 항목 전체에 걸쳐 TV가 신문을 앞섰다. 응답자들은 지지후보를 결정, 또는 판단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준 미디어 관련 요인으로 TV토론(22.8%), TV뉴스(20.4%), 신문보도(18.0%), TV연설(16.2%), 주변사람과의 대화(12.6%) 등을 들었다. 이를 97년과 비교하면 TV토론이나 주변사람과의 대화를 꼽은 비율이 10% 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반면 TV연설과 TV뉴스에 대한 응답률은 각각 11.7%와 6.4% 포인트 늘어났다. 응답자들은 4개 매체가 모두 자신보다 다른 유권자에게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식하는 `제3자 효과' 현상을 드러냈다. 타인에 대한 영향력 인식의 순위는 TV,신문, 인터넷, 라디오 순이었다. 양승찬 교수는 "인터넷은 특정한 집단에서 선거 전반에 걸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일반 유권자 차원에서는 이용도나 신뢰도 등을 고려할 때 기존의 TV와 신문을 대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양교수는 1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2층 연수센터에서 개최될 `16대 대선미디어 영향력 변화와 매체별 발전전략'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주제발표에 나선다. 한국언론재단은 유권자 의식 조사의 구체적인 결과와 함께 언론인 의식 조사 등을 합쳐 오는 4월 연구보고서로 펴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