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까맣게 내려앉은 오후 7시30분.


양평 중미산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사설 중미산천문대 강의실.


전등스위치가 내려지고, 이날 별자리여행의 첫번째 순서인 슬라이드강의가 시작됐다.


알아야 볼 수 있고, 감동도 더해지는게 별자리여행인 만큼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아이 반, 어른 반인 참가자 30여명의 얼굴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레이저포인트로 스크린을 짚어가며 태양계의 구조를 설명하던 이용해 천문팀장이 불쑥 퀴즈를 냈다.


"태양계에 있는 별은 몇개죠?"


"수.금.지.화..."


손가락을 꼽아가며 마음속으로 자신있게 대답하려 하는데, 앞줄에 앉은 한 꼬마가 "한 개요!"하며 앞질렀다.


'아차, 그렇지' 하는 생각에 얼굴이 후끈 달아 올랐다.


이 팀장이 환한 표정으로 꼬마를 보며 말을 이었다.


"딩동댕! 맞았어요.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을 별이라고 하는데 태양계에는 태양 하나뿐이죠. 수성, 금성, 지구 등은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고 하지요."


슬라이드강의는 점점 흥미를 더했다.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순우리말로 '개밥바라기'라 하고, 태양계의 위치상 은하수는 여름에 잘 보이며, 성단과 성운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 팀장이 중간중간 내는 퀴즈에 자신만만해 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였다.


별자리여행의 절정은 야외관찰.


슬라이드 강의내용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다.


천문대 옥상의 돔으로 이동했다.


지름 6.6m 크기에 3백60도 회전하는 원형돔이다.


드럼통처럼 생긴 3백mm 굴절반사망원경이 정중앙에 놓여 있다.


돔천장 한쪽이 네모 반듯하게 열리고, 관측이 시작됐다.


첫번째 목표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


이 팀장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망원경으로 보는 것은 다르니까 실망하지 말라"며 조심스러워했지만, 꼬마들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목성의 줄무늬를 확인했어요. 위성도 두개나 보였고요. 멋져요."


돔 밖에 미리 설치해 놓은 망원경은 '태양계의 보석' 토성을 향해 있었다.


토성주위를 감싸고 있는 고리를 잘 관찰할수 있는 시기라고 한다.


망원경에 잡힌 토성은 하얗게 보였다.


고리의 색깔도 마찬가지여서 온통 눈으로 덮인 것 같았다.


모두들 '귀엽고 앙증맞다'며 토성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바로 옆의 쌍안경은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순우리말로 '좀생이별'이라 부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겨울 하늘의 별자리중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황소자리의 산개성단.


산개성단은 별무리가 공처럼 둥글게 모여 있는 구상성단과 달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푸르게 보이는 7개의 별들이 보석처럼 여겨졌다.


페르세우스자리의 산개성단인 이중성단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성운 관측.


성운은 별들이 한데 모여 있는 성단과 달리 은하계 안의 가스와 우주먼지가 빛나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돔이 3분의 1 정도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3백mm 굴절반사망원경이 맨눈으로도 뚜렸하게 보이는 오리온자리로 향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제일 밝고 큰 발광성운인 오리온대성운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리온자리의 삼태성 아래, 그러니까 오리온의 칼자루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성운의 모습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그 중심 사각형 구도로 빛나는 4개의 별빛이 밝았다.


무려 1천6백광년을 여행한 뒤 우리눈에 닿은 빛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별자리 여행에 두시간이 훌쩍 지났다.


얼마나 오래전에 발생한 것인지 어림할 수 조차 없는 별빛을 마주한 꼬마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춥지만 신기했어요. 공부도 많이 되었고요. 하늘은 더 넓어 보이고, 별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중미산천문대(양평)=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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